2005년 10월 14일, 성남시민의 문화향유를 위해, 세계 속의 문화도시 성남시를 만들기 위해 성남아트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도시 곳곳에 문화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함께 걸어온 그간의 발자취, 알차고 풍요로웠던, 아름다운 예술의 기록들을 2025년 한 해 동안 차례대로 살펴봅니다.

[2005] 금빛 맨발의 신데렐라를 만나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 | 10.27~10.29
성남아트센터의 무용 공연은 ‘선택과 집중’으로 집약된다. 공연 횟수가 적은 대신 단 한 편을 선택할지라도 예술적인 완성도를 갖춘 화제작을 엄선했다. 모나코 왕실이 후원하는 최정상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 한국 초연도 그중 하나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기발하면서도 우아한 상상력으로 태어난 버전은 1999년 파리 초연 이후 대중과 평단에게 호평받으며 새로운 <신데렐라>를 창조해 냈다. 요정 대신 관능미 가득한 죽은 생모의 등장, 맨발에 금가루를 묻힌 채 춤추는 신데렐라는 우리가 알던 고전발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2005] 전설의 말러리안, 성남에 오다
길버트 카플란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 10.15
2005년 개관 페스티벌 최고의 화제는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의 첫 내한이었다. 경제지 발행인이자 금융인으로 말러에 탐닉하던 애호가에서, 결국 지휘자로 빈 필하모닉과 음반까지 녹음한 ‘성공한 덕후’. 당시 세계 50여 개 오케스트라를 무려 100여 회에 걸쳐 지휘한 그의 레퍼토리는 단 하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었다. KBS교향악단과 함께한 성남 공연에서도 카플란은 직접 프리콘서트 렉처를 진행하며 진정한 말러리안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2006] 춤으로 하나 된 성남
성남국제무용제 | 9.5~9.10
2006~09년 총 3회에 걸쳐 선보인 성남국제무용제는 국내외 유수의 무용단들이 펼치는 공연, 젊은 안무가들의 실험적인 공연, 친근하고 대중적인 공연과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꾸민 무용축제다. ‘환경과 춤’이라는 주제로 열린 2006년 제1회 무용제, 2007년 제2회 무용제 이후 격년으로 변경되어 2009년 제3회 무용제가 개최되었다. 성남아트센터 각 공연장과 춤의 광장, 빛의 계단뿐만 아니라 중앙공원과 율동공원, 탄천 그리고 성남의 대표 랜드마크인 남한산성과 모란시장까지 축제의 무대가 되어 시민과 하나 되는 노력을 기울였다.

[2006] 성남의 아침은 밤보다 진지하다
마티네 콘서트
개관 이듬해인 2006년부터 성남아트센터의 목요일 오전을 책임져 온 마티네 콘서트. 오전 콘서트는 소품이나 악장 발췌 등 가벼운 레퍼토리 위주로 진행된다는 선입관을 배제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과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협연으로 성남 마티네만의 독보적인 완성도를 발전시켰다. 지휘자 금난새, 음악평론가 장일범, 성악가 김동규와 카이, 배우 김석훈까지 풍부한 예술적 역량과 전달력을 갖춘 아티스트들이 사회자로 함께했으며, 2022년부터는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목요일 아침을 책임지고 있다.

[2006] 소문으로만 듣던 강수진의 대표작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 10.14~10.15
발레리나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안무가 존 크랑코의 명작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국 초연으로 성남아트센터 개관 1주년 축하무대를 찾았다. 그동안 비극 연기로 정평을 얻어 온 강수진의 첫 희극 도전으로, 강수진 역시 자신의 캐릭터와 결과물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을 만큼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 준 작품이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일삼는 왈가닥 카테리나를 사랑스럽게 소화해 낸 강수진의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2007] 지휘자 장한나의 탄생
제1회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축제 | 5.22~5.27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초기부터 청소년 음악교육을 위한 굵직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중 제1회 성남국제청소년관 현악축제는 첼리스트 장한나의 지휘자 데뷔로 화제를 모았던 무대다. 장한나는 이 자리에서 한·중·독 3개국 청소년들로 구성된 연합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차세대 마에스트라의 탄생을 알렸다. 장한나의 성공적인 지휘자 데뷔 무대를 펼쳤던 성남아트센터는 이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모토 아래 <앱솔루트 클래식>으로 발전시키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2007] 제작극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다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 10.11~10.14
개관 이후 오페라 <파우스트> <마술피리> 등 수준 높은 자체제작 프로덕션을 선보인 성남아트센터는 2007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를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그리스 출신 여성 지휘자 리사 크산토풀르와 TIMF 앙상블, 현대적인 연출력의 독일 출신 연출가 브루노 베르거고르스, 정상의 성악가들이 19세기 낭만 오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해 주었다. 2005년 <파우스트>에 이어 또다시 ‘KBS가 선정한 그해의 공연’에 등극하며 다시 한번 제작극장으로서의 기획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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