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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집중과 몰입, 객석에서 느껴 보라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9월 2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30일

올여름에도 막심 벤게로프는 각지에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 6월에는 함부르크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베토벤 소나타 8번과 10번을, 아르헤리치·마이스키와 하이든 트리오 39번 ‘집시’를 연주했다. 7월에는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페스티벌에서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와 브람스 소나타 3번을 야외광장에서 연주하던 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벤게로프는 끝까지 연주를 이어 가 관객들의 열띤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또한 같은 달,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바르나바스 켈레멘이 설립한 ‘페스티벌 아카데미 부다페스트 2025’에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되어 콘서트와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8월에는 스페인 마요르카 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 예브게니아 스타르체바와 함께 슈베르트, 브람스, 쇼스타코비치를 선보였다. 이번 성남아트센터 공연 프로그램과 동일한 레퍼토리이자 파트너다. 11월 성남아트센터 데뷔를 앞두고 벤게로프와 이메일로 만나 보았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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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DE CERATI


내한 독주회는 1년 반 만이지요. 개관 20주년을 맞는 성남아트센터에서 하는 첫 공연이라 기대가 큽니다.

한국에서 연주할 때마다 행복을 느낍니다. 이번에 훌륭한 콘서트홀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고요. 성남아트센터의 뛰어난 음향과 열정적인 관객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흥미롭고 균형 잡힌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슈베르트 <소나티네, D. 408>,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소나타, Op. 134>, 브람스 소나타 3번을 레퍼토리로 선택한 이유와 해석 방향이 궁금합니다.

콘서트 전반부에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작품을 연주합니다. 빈 고전주의 작곡가 슈베르트 소나티네에 이어, 소련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오랜 친구였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에게 헌정된 쇼스타코비치의 서사적인 소나타를 연주합니다. 작곡가의 후기 작품으로 감상에 깊은 몰입이 필요하지요. 두 악기의 경쟁으로 만들어지는 깊이를 전달하기 위해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는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후반부를 구성하는 브람스 소나타 3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3년부터 예브게니아 스타르체바와 함께 연주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연주할 때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스타르체바와의 연주는 늘 즐겁습니다. 그녀는 독일 자르브뤼켄 호흐슐레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만난 오랜 파트너죠. 친한 친구이자 훌륭한 협연자이며 환상적인 반주자이기도 하고요. 무대 위에서의 좋은 호흡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길 기대합니다.


당신의 우아한 연주를 들으며 한때 스포츠카를 상상한 적이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포뮬러 원(F1) 레이싱에 비유한 글을 읽고 놀랐습니다. 바이올린과 운전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스포츠카를 매우 좋아합니다. F1 드라이버처럼 바이올리니스트도 극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연주가 공연장마다 다르게 들린다는 점도 F1과 비슷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항상 소리를 조율하며 공연장 음향과 어우러지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탁월한 작품, 두 연주자의 앙상블, 그리고 300년 된 악기의 소리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으니, 관객에게 연주회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갈리나 투르차니노바와 자카르 브론을 사사하셨습니다. 스승으로서 본인은 어떤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투르차니노바와 브론 교수님은 위대한 스승이셨습니다. 두 분께 5년 반씩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지요. 투르차니노바는 음악의 위대함을 알려 주고 바이올린을 모국어처럼 가르쳐 주신, 두 번째 어머니 같은 분이셨습니다. 사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악기를 자연스럽게 다루셨고 악기에 대한 사랑을 듬뿍 주셨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반면 브론 교수님은 엄격하셨고 음악에 대한 견해가 확고했습니다. 음악에 대한 의견은 저나 그분이나 서로 강했기 때문에 가끔은 큰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음악에서 내 의견을 굽히지 않고 주장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독일 자르브뤼켄에서 시작했습니다. 첫 제자 중 한 명이 한국인이었는데 재능 있는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어 자랑스러웠습니다. 많은 제자를 가르치고 싶어도 연주 일정 때문에 쉽지 않아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며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LI LEWEI
Ⓒ LI LEWEI

음악의 길로 이끌어 주신 어머니, 그리고 존경하는 스승 로스트로포비치와 바렌보임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무엇인가요?

음악적으로 모든 면에서 영감을 주신 분은 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는 위대한 음악가이자 합창 지휘자, 성악·피아노 교사셨어요. 17세에 다니엘 바렌보임과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 비치를 만나 협연과 녹음을 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다행히 바렌보임은 지금도 곁에 계시지만, 안타깝게 로스트로포비치는 우리 곁을 떠나셨죠. 그들과의 추억, 유대감에 깊은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월튼 비올라 협주곡 녹음, 트레버 피노크와 함께 원전연주 그리고 지휘까지 다양한 도전을 이어 왔습니다. 이 도전들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저는 늘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레퍼토리와 다른 표현 방식을 모색하곤 합니다. 20세 무렵부터 바로크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원전연주 실험을 시작했고, 트레버 피노크와 2년간 협업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지요. 그 후 비올라를 연주하며 로스트로포비치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월튼 비올라 협주곡을 녹음했고, 그래미상 수상의 영광도 안았습니다.

그 후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브람스, 차이콥스키, 베토벤, 말러, 브루크너 교향곡을 지휘했습니다. 지휘자가 악보를 보는 방식은 독주자와는 달랐어요. 지휘자로서의 경험은 음악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가져다줬고, 연주자들과 실내악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여러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및 위원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요. 평가에서 가장 중시하는 점이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다면요?

젊은 연주자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콩쿠르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협주곡, 소나타 등 모든 레퍼토리를 직접 듣고 서로 비교하며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건 사실상 콩쿠르에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경쟁’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니까요. 저는 참가자의 기교보다는 연주 그 자체, 음악가로서의 인격과 개성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 본질은 음악가의 존재감과 해석, 그리고 성숙도입니다.

콩쿠르는 결국 ‘미래의 음악가’를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사실 콩쿠르에 참가한 연주자들이 성숙해지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연주자의 잠재력만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어요. 이는 심사위원으로서 명심해야 할 큰 책임이기도 합니다.


바이올린 연주 외에 취미와 관심사가 있는지요?

좋아하는 취미는 많지만 시간이 없어 안타깝지요. 운동은 매일 합니다. 체육관에 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테니스를 치죠. 가끔은 탁구를 치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음악적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중요한 계획은 카네기홀 활동입니다. 3년간 상주음악가로 활동하며 올해 12월에는 브람스 피아노 5중주와 클라리넷 5중주를 연주합니다. 빌데 프랑(바이올린), 제임스 에네스(비올라), 다니엘 뮐러 쇼트(첼로), 예핌 브론프만(피아노), 앤서니 맥길(클라리넷) 등이 함께할 예정입니다.

내년 1월에는 영국 바비컨에서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와 독주회를 갖습니다. 2월에는 카네기홀에서 이반 피셔 지휘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2026/27 시즌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비롯해 아시아 및 전 세계 투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요즘에는 인공지능 신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곧 소식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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