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3] 발레 <호두까기 인형>: 눈이 내리면, 환상의 무대가 시작된다
- artviewzine
-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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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전 세계 무대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이름이 있다. 바로 <호두까기 인형>. 백 년 넘게 이어진 이 발레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글 윤대성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사진 제공 와이즈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이 찾아오면 그때부터가 진짜 연말이다. 호프만(E.T.A. Hoffmann)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춤으로 옮긴 이 고전 발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인형을 선물받은 소녀 클라라가 겪는 하룻밤 모험을 그린다.
러시아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1892년 처음 안무를 맡았고 이후 고르스키(1919), 바이노넨(1934), 발란신(1954)이 잇따라 새 무대를 선보이며 세계인이 사랑하는 겨울 공연의 상징이 됐다. 유행이 금세 바뀌는 시대에 세기를 넘어 베스트셀러가 된 공연이라니, 연말의 설렘을 가족·친구·연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이 무대를 통해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독일의 한 마을, 클라라의 집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파티가 한창이다. 아이들이 선물을 기다리는 가운데 마법사 드로셀마이어가 마술로 분위기를 돋우며 클라라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한다. 그날 밤 인형을 안고 잠든 클라라는 거대해진 트리와 함께 나타난 생쥐 왕과 병정들의 전투를 마주한다. 혼란 속에서 위험에 처한 호두 왕자를 구해 낸 클라라는 드로셀마이어의 인도를 받아 눈의 나라로 향한다. 이때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눈송이 왈츠’는 첫눈이 내리는 듯한 음악과 군무가 어우러져 본격적인 환상의 여정으로 관객을 이끈다.
과자 나라를 탐험하는 2막은 고전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과 그랑파드되(grand pas de deux)가 핵심이다. 디베르티스망(볼거리를 위한 춤 모음)에서는 스페인·아라비아·중국·러시아 등 각국의 춤이 차례로 등장한다. 화려한 향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의 왈츠’는 아름다운 음악과 군무가 어우러져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성남아트센터를 찾는 와이즈발레단은 특히 해석과 방향을 ‘어린이의 시선’에 맞췄다. 국내발레단 대부분이 꿈속에서 어른이 된 클라라를 중심으로 환상의 여정을 그리지만, 이 무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역 무용수가 등장한다. 결말 역시 다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는 아이의 동심을 지키듯, 모험을 ‘하룻밤의 꿈’이 아니라 ‘진짜 경험’으로 남긴다.
그중 2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그랑 파드되(큰 2인무)다. 이 춤은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대표하는 클라이맥스로, 전통적으로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하나는 주인공 클라라와 호두왕자가 함께 춤추는 형태, 다른 하나는 설탕요정과 그녀의 왕자가 추는 형태다. 국내 발레단은 대부분 전자를 택한 반면, 와이즈발레단은 1892년 프티파 초연의 구성처럼 별도의 설탕 요정이 그랑 파드되를 춘다. 어린 클라라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와이즈발레단의 의지가 담겼다.
또한 와이즈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은 생쥐 왕을 코믹한 성격으로 설정해 전투 장면을 한층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바꿨다. 기존 무대에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던 대목을 더 다이내믹하게 구성해 어린 관객도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2막 디베르티스망 중 ‘아라비아 춤’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더해 다른 버전에서는 보기 힘든 역동성을 구현했다. 이렇듯 시대마다 새롭게 숨 쉬는 무대가 있기에 ‘호두까기 인형’은 눈송이처럼 쌓인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
일시 12월 21일(일) 오후 2시, 6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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