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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2] 리처드 용재 오닐 & 제레미 덴크 듀오 리사이틀: 비올라로 듣는 바로크, 고전, 낭만의 숨결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20시간 전
  • 2분 분량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비올리스트이자 2021년 그래미상 수상자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는 12월 20일 오후 5시,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듀오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이날 공연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은 2013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 2014년 에이버리 피셔상에 빛나는 미국의 대표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와 호흡을 맞춘다. 2019년 듀오 리사이틀 이후 6년 만의 재회다.


국지연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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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g Wook Lee


비올라는 현악기 가운데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음색을 가진 악기로 평가받는다. 바이올린보다는 낮고 첼로보다는 한 옥타브 정도 높지만, 그 사이에 흐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율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속삭이는 고백처럼 은은하고 달콤하다.

이번 무대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과 제레미 덴크가 들려줄 프로그램은 그 어느 무대보다 흥미롭다. 공연은 ‘B’를 주제로 바흐(Bach), 베토벤(Beethoven), 베를리오즈(Berlioz)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질서와 신앙 속에서 자유를 추구했던 바흐, 고전주의의 구조 위에서 인간의 내면과 운명, 의지를 소리로 탐구했던 베토벤, 낭만적 환상과 서사를 다채로운 오케스트라로 표현했던 베를리오즈까지, 리처드 용재 오닐은 바로크와 고전, 낭만을 잇는 클래식 음악사를 비올라를 중심으로 독주에서 실내악, 나아가 오케스트라적 작품으로 확장해 가며 정통 클래식의 정수를 선보인다.

공연의 첫 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비올라 솔로 편곡 버전)이다. 바흐가 남긴 여섯 개의 첼로 모음곡 중에서 가장 밝고 찬란한 색채를 지닌 작품으로, 특히 2악장 사라반드(Sarabande)에서는 음 사이 여백의 아름다움과 곡 전체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마치 바흐의 영혼이 담겨 있는 듯한 이 작품을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함을 풍기는 비올라의 독주 선율로 만나 볼 수 있다.

두 번째 곡은 베토벤 실내악 중 가장 밝고 유쾌한 매력을 지녔다 꼽히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 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이다. 모차르트를 존경한 베토벤이 그의 오페라 선율에 구조미와 생동감을 더해 재탄생시킨 이 곡은 평화롭고 우아한 선율이 돋보인다. 섬세하면서도 중후한 용재 오닐의 비올라와 자신만의 소리를 완성해 온 제레미 덴크의 개성 넘치는 피아노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를 모은다.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은 그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작곡한 걸작 중 하나로, 고통을 넘어 회복과 구원을 그린 작품이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후 삶의 끝자락에서 쓴 곡이기에 베토벤의 강한 의지와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깊은 상처를 가진 자만이 노래할 수 있는 절실한 기도와 같은 음악이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익숙한 작품조차 새롭게 빛나게 하는 연주자”라고 평했던 제레미 덴크의 손끝에서 흐르는 강렬한 베토벤의 의지를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낭만주의를 이끈 두 거인, 베를리오즈와 리스트를 만난다. 베를리오즈 교향곡 <이탈리아의 헤롤드>를 리스트가 비올라를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선보인다. 문학과 자연, 인간의 고독이 담겨 있는 ‘시적인 교향곡’으로, 낭만주의의 핵심 주제인 ‘방랑과 내면의 성찰’을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시적 감성과 표현이 중시되는 곡으로, 섬세한 음악성을 지닌 용재 오닐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바로크와 고전, 낭만을 아우르며 인간의 기억이 예술로 승화된 순간을 담아내는 이번 무대, 그 시간을 음악과 함께 조용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혼란한 세상 속에서 맑게 정화된 우리의 영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 & 제레미 덴크 듀오 리사이틀

일시 12월 20일(토) 오후 5시

장소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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