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1] 오페라 <토스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던’ 주인공에게 닥친 단 하루의 비극
- artviewzine
- 9월 28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30일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가 1900년 1월 로마에서 초연한 <토스카>는 그보다 100년 전인 1800년 6월의 어느 날, ‘거룩한 종교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사랑과 질투, 비열한 음모와 살인, 비극적 결말을 다룬 블록버스터급 오페라다. 모든 이야기가 세 주역에 집중되기에 좋은 가수들이 필요하고, 명확한 역사적 배경이 있기에 요즘 오페라 공연의 트렌드인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원작을 과감히 재해석하는 연출)보다는 충실한 연극적 재현이 우선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성남아트센터 무대에서 노블아트오페라단이 선보일 <토스카>는 최고의 출연진, 이탈리아 출신의 실력파 지휘자, 오페라 경험이 풍부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연이어 호평받은 젊은 연출가의 해석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글 유형종 음악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노블아트오페라단

이탈리아의 악보 출판업자 리코르디는 빅토리앙 사르두의 프랑스 연극 <라 토스카>(1887)의 작곡자로 알베르토 프란케티를 낙점하는 듯했다. 이때 끼어든 이가 푸치니였다. 사실 푸치니는 일찍이 리코르디에게 이 연극의 오페라 판권을 확보하라고 권유한 장본인이었지만, 한 차례 포기한 뒤 뒤늦게 다시 욕심을 낸 것이었다. 마침 <라 보엠>으로 대성공한 푸치니가 유명해지자, 리코르디는 작곡자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속임수를 쓴다. 프란케티에게 “여자인 토스카가 남자를 찔러 죽인다는 설정은 청중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오페라로는 적합하지 않다”라고 한 것이다. 프란케티는 그 말에 작곡을 중단했고, 리코르디는 다음 날 곧바로 푸치니와 계약했다. 약간의 사기극 속에 탄생했지만, <토스카>는 오늘날 대표적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토스카>의 배경은 1800년 6월 중순의 로마로, 낮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채 하루가 안 되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이야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제시한 ‘비극의 삼원칙’ 중 가장 지키기 어렵다는 “24시간 이내에 모든 사건이 완결되어야 한다”를 완벽히 따른 작품이기도 하다. 실화는 아니지만 역사적 배경은 사실에 근거한다. 당시의 유럽은 공화정을 표방한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영국,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과 전쟁을 치르던 시기였다. 프랑스가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결과로, 1798년 나폴리 왕국이 통치하던 로마에 공화정이 들어섰다. 곧 나폴리 왕국의 반격에 공화정은 붕괴되고 그 지도자들은 투옥되었다. 그러나 로마 지식인 중에는 공화정 복귀를 꿈꾸는 자들이 생겨났으니,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도 그런 인물이다. 또 성당으로 숨어든 탈옥수 안젤로티는 공화정 지도자로 카바라도시와 친분이 있다. 1800년 5월,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향하는 원정을 감행한다. 6월 14일 이탈리아 북부 마렝고에서 나폴리 왕국을 지원하는 오스트리아 대군과 전투가 벌어지는데, 오스트리아의 승리로 기울던 전세가 오후 늦게 프랑스 구원군이 도착하면서 역전되어 결국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 오페라에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로마의 유명 소프라노 가수 토스카, 그녀의 애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그리고 로마 경찰총감 스카르피아다. 이중 카바라도시는 공화파 지지자, 스카르피아는 비천한 신분에서 남작에 오른 야심가로 둘 다 정치적 인물들이다. 반면 토스카는 신앙심이 깊으면서도 질투가 심한 여인이다. 연인에게 함께 밤을 보내자고 먼저 말할 정도로 적극적 성격이지만 그 대상은 카바라도시 한 사람뿐이며,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집요함을 보인다. 이는 푸치니가 이전에 그려 낸 <라 보엠>의 미미 같은 연약한 여인상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다음 작품인 <마담 버터플라이>의 초초상과도 다르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도도함과 강인함이 스며 있다. 그러나 이런 여인조차 비극 속에 쓰러져 간다. 사실 푸치니는 토스카를 운명을 이겨 내는 여성으로 그려 보고 싶었다. 그래서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려고 했지만, 사르두는 한마디로 거절해 버렸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누구나 다 똑같답니다. 제 작품의 주인공들을 한번 쭉 보세요.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토스카가 성벽에서 몸을 던지는 마지막 장면은 오페라에서도 살아남았다.
오페라로서 <토스카>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연극적 사실성이다. 각 막의 사건들이 지금도 로마에서 잘 보존된 유명 건축물에서 벌어진다. 1막은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2막은 파르네세 궁전, 3막은 성 안젤로 성이다. 또한 마렝고 전투의 결과가 처음에는 오스트리아가 승리했다고 잘못 전해졌다가 뒤늦게 승패가 뒤바뀌었다는 오페라 속 내용도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
푸치니는 결코 아름다운 선율로 극을 끌어가지 않는다. 아리아는 비교적 짧고 이중창은 길게 이어져 연극적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2막에서 토스카와 스카르피아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은 도대체 음악인지 연극인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실감 난다. 푸치니는 관객이 어떤 점에 빠져들 것인지 미리 꿰뚫어 보는 ‘극장 감각’에 능통한 천재였던 것이다.

오페라 <토스카>
일시 11월 28일(금) 오후 7시 30분, 29일(토) 오후 3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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