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4] 연극 <빵야>: 역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시선
- artviewzine
- 9월 28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30일
연극 <빵야>는 ‘낡은 총 한 자루’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굴곡 많은 우리의 현대사를 굽이굽이 펼쳐 내는 작품이다. 다양한 극적 장치를 통해 ‘역사를 관통하는 시선’과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섬세하게 담아냄으로써 초연 이후 꾸준한 호평을 받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2022), 한국연극 베스트 7, K-시어터 어워즈 대상(2023) 등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글 김주연 연극 평론가 | 사진 제공 엠비제트컴퍼니

작가 김은성은 우리 역사, 특히 근현대사를 기억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극작가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면서 죄책감과 역사적 부채 의식을 담아낸 <뻘>, 반복되는 역사를 반성적으로 보여 준 <뺑뺑뺑>, 한국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순간들을 파노라마처럼 무대 위에 재현한 <썬샤인의 전사들>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근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이나 반복되는 역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초연된 <빵야> 역시 이러한 작가의 역사의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낡은 총 한 자루에 새겨진 역사의 흔적을 통해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장대한 한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제목 <빵야>는 극 중 한물간 드라마 작가인 ‘나나’가 소품 창고에서 발견한 오래된 소총의 이름이다. 1945년 인천 조병창에서 생산된 이 소총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역사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해 온 산증인이자 역사 이면에 남겨진 존재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 작품에서 빵야는 무대 위 소품이 아닌 하나의 인물이 되어, 자신이 보고 겪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순간들을 나나에게 들려준다. 그렇게 이 작품은 작은 소총이 사람들의 손을 돌고 돌아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독립운동, 제주 4.3 사건, 6.25 전쟁과 빨치산 등 한국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순간들을 파노라마처럼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동시에 무언가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예술의 역할과 가치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세대를 거쳐 나나에게까지 전해진 ‘낡은 소총’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역사의 기억이자, 이를 간직하려는 예술의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은 빵야를 거쳐 간 인물들을 중심으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전개하며 17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빠른 호흡과 리듬감 있는 구성으로 이끌어 간다. 나나와 빵야를 비롯한 수많은 인물을 다층적으로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또한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이번 성남 공연에서는 빵야 역에 김지온, 나나 역에 전성민을 비롯해 박동욱, 송상훈, 허영손, 이소희, 장희원, 박수야, 박서후 등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이 함께해 역사 속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생동감 있게 그려 낼 예정이다.

연극 <빵야>
일시 11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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