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2]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리사이틀: 원숙한 음악 세계 품고, 강렬한 그가 온다
- artviewzine
-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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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9월 29일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Classic FM)라는 호칭이 버겁지 않게 느껴진다. 그의 연주를 지켜봤던 애호가들이라면 ‘비르투오소의 대명사’라고 엄지손가락을 드는 막심 벤게로프가 그 주인공이다. 부상을 극복하고 완벽하게 복귀한 벤게로프가 지휘, 원전연주, 비올라 연주 등 지평을 확장해 조망한 드넓은 음악 세계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글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 칼럼니스트

Ⓒ DAVIDE CERATI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태어나 갈리나 투르차니노바(Galina Turchaninova)와 자카르 브론(Zakhar Nuhimovich Bron)에게서 배운 벤게로프는 10세 때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제3회 리핀스키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주니어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스물한 살 때인 1995년, 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이 영국 그라모폰지의 ‘올해의 음반’과 ‘협주곡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이후 활발히 녹음한 수많은 음반과 따뜻하면서도 완벽한 기교로 찬사를 받은 공연들이 이어졌다.
시련을 이겨낸 부활의 스토리텔링은 벤게로프를 돋보이게 한다. 2007년 손에 부상을 입고 2008년부터는 지휘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연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다 2011년부터 다시 바이올린 연주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폴리시 체임버와 내한해 완벽한 컴백으로 한국 팬들을 감동시켰다. 그의 삶과 음악은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명되었다. 그래미, 그라모폰, 에코 클래식, 에디슨 클래식, 클래식 브릿 어워즈 등 권위 있는 상을 다수 수상했다.
연주 활동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힘써 온 벤게로프는 2012년에는 런던 왕립음악 아카데미, 2020년에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교수로 취임했다. 온라인 플랫폼(www.maximvengerov.com)을 통해 전 세계 음악 교육의 접근성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재즈와 바로크, 록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고, 비올라 음반을 녹음하는 한편,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장착한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원전연주에도 도전했다. 한 군데에 머물지 않고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충만한 벤게로프는 1727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크로이처(ex-Kreutzer)’로 연주한다.
2024/25 시즌부터는 50세 기념 글로벌 투어를 가지면서 카네기홀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 전곡 프로젝트 <Perspectives>를 진행 중이다. 예브게니 키신, 예핌 브론프만,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의 실내악 협연도 포함된 프로젝트다.
더욱 원숙해진 벤게로프가 개관 20주년을 맞는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11월 22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갖는 리사이틀에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아 스타르체바가 함께한다. 현재 이튼 칼리지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그녀는 2003년 클래식 브릿 어워즈에서 호흡을 맞춘 후 벤게로프와 자주 협연하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은 슈베르트 <소나티네, D. 408>로 시작한다. 고전적인 형식미, 그리고 비장감과 쾌적함을 넘나드는 선율미가 듣는 이를 매료시킬 것이다. 이어서 쇼스타코비치 <소나타, Op. 134>에서 완전히 대조적인 고요함과 싸늘함, 절망과 격정의 세계로 안내한다. 2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연주하는 벤게로프는 정열과 서정, 낭만이 함께하는 바이올린 리사이틀의 극치를 노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리사이틀 가운데 단연 최고의 무대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리사이틀
일시 11월 22일(토) 오후 3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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