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5] 앙트레 콘서트: 발레 <돈키호테> 춤도 사랑도, 뜨겁지만 유쾌하게
- artviewzine
- 9월 28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30일
가을 하면 빨간색이다. 스페인의 열정을 머금은 붉은 발레 <돈키호테>가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성남아트센터를 찾는다. 괜스레 가라앉는 마음을 유쾌한 에너지로 타파하고 싶다면, 플라멩코를 연상시키는 집시 의상에 섬세한 발레 테크닉이 향연을 이루는 희극 발레가 제격이다.
글 윤대성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공연예술 입문자를 위한 ‘앙트레 콘서트’ 네 개 프로그램 중 가장 볼거리 많은 공연을 꼽으라면 발레 <돈키호테>다.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위대한 고전에 루드비히 밍쿠스의 경쾌한 음악, 프티파-고르스키의 안무를 얹어 ‘3종 선물 세트’로 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M발레단 버전의 <돈키호테>는 3막으로 구성된 원작을 2막으로 줄여 속도감을 높였다.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으로 8년 활동한 뒤 M발레단을 창단하며 한국 창작 발레의 지평을 넓힌 고 문병남 예술감독이 재안무한 작품이다.
소설과 발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이다. 소설은 당연히 돈키호테가 중심이지만, 발레의 주인공은 철부지 커플, 이발사 바질리오와 선술집 딸 키트리아다. 아름다운 키트리아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귀족을 거절하고 가난한 청년 바질리오를 택한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여느 드라마가 그렇듯 가장 큰 난관은 ‘자식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격렬한 반대다. 귀족 가마쉬도 이 철부지 커플이 벌이는 사랑의 도피를 끈질기게 방해하지만, 키트리아의 아버지 로렌조의 반대가 더 막강하다. 집시촌에 숨은 딸을 찾아내서 끝내 ‘팔자 고치는 결혼식’을 치르게 하겠다는 집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남자 주인공이 아니다. 소설 속 돈키호테는 말했다. “사랑은 전쟁과 같아서 적을 이기기 위한 속임수가 흔쾌히 인정된다”라고. 바질리오는 이를 그대로 실천하듯, 결혼식 당일 이발소 칼을 들고 나와 가짜로 죽는 척 연기하며 쓰러진다. 이 소동을 본 돈키호테의 중재로 아버지 로렌조를 설득해 결혼 허락을 받아 내면서,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바뀌는 초유의 해피 엔딩이 완성된다.
발레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결혼식 장면이다. 정확하게는 두 연인이 추는 ‘그랑파드되(grand pas de deux)’다. 남녀 주역 무용수의 고난도 기교가 돋보이는 2인무로, 낭만적인 아다지오로 시작해 남녀 솔로 베리에이션, 경쾌한 코다로 이어진다. 특히 키트리아의 32회전 푸에테(fouetté, 쪽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 쪽 다리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며 회전하는 동작)가 음악과 맞아떨어지는 쾌감을 맛보는 순간, 안무가와 작곡가의 환상적 호흡을 절로 인정하게 된다.
한편 극 중간에 등장하는 ‘돈키호테의 꿈’은 작품 속 춤의 구성을 다채롭게 하는 장치다. 순백의 튀튀를 입은 발레 블랑(ballet blanc, 백색 발레)은 투우사의 춤이나 플라멩코를 연상시키는 정열적인 춤과 대조를 이루며 정반대의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이 장면에서는 돈키호테가 키트리아를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둘시네아로 착각한 덕에, 여주인공이 1인 2역으로 둘시네아 연기를 하며 색다른 변신을 보여 준다.
앙트레 콘서트: 발레 <돈키호테>
일시 10월 25일(토) 오후 2시·6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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