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6] 2025 성남작가조명전 Ⅲ 정보영 <그림 속의 그림>: 빛과 시간에 담긴 회화의 본질을 묻다
- artviewzine
-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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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9월 30일
성남큐브미술관은 올해 성남작가조명전의 마지막 전시로 서양화가 정보영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그림 속의 그림: The Picture within The Picture>을 선보인다. 정보영은 한국 구상화단에서 주목받는 중견 작가로, 199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빛과 공간, 시간의 경계를 탐구하며 이를 회화로 구현해 왔다. 지난 30년간 회화라는 매체에 천착해 온 정보영 작가는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 회화의 조형 요소를 참조·변용해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확립했다. 정보영 작가의 작업에서 미술사는 구시대의 유산이 아니라 창작의 모티프이자 살아 있는 아카이브로 기능한다.
글 박은경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정보영 작가에게 회화의 본질은 ‘빛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화폭에 붓으로 담는 행위’다. 캔버스 앞에서 처음 붓을 든 순간부터 작가는 ‘왜 그리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회화의 조건을 하나씩 되짚으며 본질에 다가갔다. 정보영 작가에게 보는 것은 곧 그리는 것이다. 작가는 마치 물리학자처럼 빛을 응시하고 기록하며 회화에 시간성을 담는다. 회화에 시간성을 도입했던 시도는 미래주의(futurism)와 입체주의(cubism)를 거쳐 현대회화까지 이어지는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다.
미술사에서 회화는 빛을 지배하는 매체였다. 특히 근대 이후의 회화는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실재’를 시각화하려는 시도를 거듭해 왔다. 바로크 시대의 회화에서도 빛은 다양하게 표현되었고, 인상주의는 빛과 대기를 포착하려 했으며, 세잔은 단순한 정물이 아닌 사물 너머의 본질을, 칸딘스키는 점·선·면을 통해 회화의 정신성을 그려 냈다. 정보영 작가의 작업은 이와 같은 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빛을 통해 시간과 경계를 응시한다.
회화는 3차원의 세계를 캔버스라는 2차원의 평면에 재현(representation)하는 매체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저서 『감각의 논리』에서 “회화의 임무는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도록 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정보영 작가는 그림 속 공간과 실재의 간극을 보여 줌으로써 캔버스 너머의 세계로 감상자의 시선을 확장한다. 회화는 단순한 재현의 기술을 넘어선 오랜 지적 전통의 산물이다. 정보영 작가의 작품은 바로크 회화의 조형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계승해 동시대 미술 속에서 보기 드문 회화로 평가된다.
디지털 환경 속 끊임없이 이미지가 생산·소비되는 오늘날, 회화의 소명은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새로운 실재의 창조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하고 증발하는 시대에 가장 느리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밀도 높은 작업을 이어 가는 정보영 작가의 예술 세계를 통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본질적 의미와 그 앞에 선 우리의 존재를 함께 고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정보영, <Looking>, 2020, Oil on canvas, 112×162㎝

정보영, <Flowing and Pause>, 2022, Oil on canvas, 182×162㎝
2025 성남작가조명전 Ⅲ 정보영 <그림 속의 그림>
일시 10월 24일(금)~12월 21일(일)
장소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문의 031-783-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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