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꿈꾸는예술터’ 강좌 현장을 가다: ‘나’를 위한 문화예술
- artviewzine
- 4월 15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16일
오전 10시,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에 자리한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 ‘꿈꾸는예술터’. 봄볕 가득한 1층 이미지랩에서는 알록달록 화사한 그림책들, 색연필 상자들 사이로 수강생들이 손그림 스케치에 한창이다. 도란도란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나누며,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완성하는 <살롱 드 그림책> 현장은 예술이 선사하는 기분 좋은 온기로 가득했다.
글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I 사진 최재우


기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법
강좌 2회 차인 오늘은 그림일기 차례. 글과 그림을 곁들인 하나의 장면을 창작하고 나만의 색채를 찾아보는 시간이다. 수강생들이 시각예술작가 김지원 강사의 지도에 따라 기법과 기본 스케치를 연습하는 동안, 강사는 수강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책을 예시로 꼼꼼히 준비했다. 강경수 작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차분한 색감을 잘 활용한 책, 레오 리오니는 컬러감이 돋보이는 책, 회화를 전공한 이수진 작가의 책은 회화적인 느낌을 잘 살린 사례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저마다의 개성 가득 색감을 지닌 책들은 페이지를 넘겨 보는 것만으로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빨강도 모두 같은 색상이 아니에요. 무당벌레의 빨강과 꽃의 빨강이 다르듯 저마다의 레이어가 존재하죠. 여러 그림책 속 명도와 채도 차이를 느끼며 자신만의 색을 찾아보세요. 꼭 화려한 색이 전부는 아닙니다. 대니 그레고리의 『모든 날이 소중하다』를 보시면, 색이 없는데도 색이 느껴지죠? 색채 사용에 자신이 없다면 드로잉만으로도 멋진 표현이 가능해요. 결국 흰색도 색이거든요.”

오늘 수업의 주 도구는 색연필. 진하게 혹은 흐리게 자유자재로 농도를 조절하며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수강생들은 강의실에 준비된 백여 가지 색상의 색연필 중 각자 마음에 드는 색상을 골라 채색을 시작했다.
“어떤 그림책이든 대부분은 메인 컬러가 존재해요. 이 사람은 이 색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색을 사용하는구나 느낄 수 있죠. 컬러 선택은 곧 책의 스타일을 정하는 과정이니, 여러분의 그림책 속 주조색을 떠올려 보세요. 과하게 많은 종류의 색보다는 메인 컬러와 서브 컬러 3종류 정도, 또 포인트는 ‘강강강’이 아닌 ‘강약’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시면 좋습니다.”
사각사각, 고요한 강의실이 연필 소리로 가득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모두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이다. 각양각색의 신발 여러 켤레, 할머니와 개나리, 길거리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의 모습 등, 다들 각기 다른 이미지를 그려 냈다. 이미지도, 색상 취향도 다르지만 무엇을 표현했는지, 왜 이 색상을 골랐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기억을 자연스레 공유하고 공감한다. 그림을 매개로 일상의 치유를 경험하는 순간인 것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기 힘든 나이가 된 지금,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을 그리면서 잠시나마 제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어요. 머릿속엔 그림이 다 있는데 마음처럼 표현이 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네요(웃음).”
“저는 시장 가는 할머니와 개나리, 철길 옆 새순을 그렸어요. 항상 개나리의 예쁜 자태를 직접 그려 보고 싶었는데요, 초보 단계에서는 샘플 그림을 꾸준히 따라 그리며 연습해 보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의 감성을 매만지는 시간
다른 날 같은 자리, 이번에는 도예 강좌다. 점박이 흙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손끝에서 만나는 힐링> 수업. 조물조물 흙을 어루만지는 동안 어린 시절 찰흙을 만지던 미술 시간으로 돌아간 듯, 수강생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2회 차 수업인 이날은 점토를 길게 늘여 일정한 두께로 쌓아 올리는 코일링(coiling)기법을 활용한 기물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아직 흙을 만지는 것이 어색한 초보 도예가들을 위해, 정지희 강사는 수강생 한 명 한 명의 손끝을 주시하며 세심한 지도를 이어 간다.
“도예 입문자 눈높이에 맞춰 초보 수준의 기법으로 수업을 진행해요. 개별적으로 만들고 싶은 디자인이나 기형이 있다면 개인 지도로 도와드리고 있죠. 강좌가 진행될수록 수강생들이 만드시는 기물 크기도 점점 큼직해지고 가짓수도 늘어나곤 합니다(웃음). 수저받침부터 꽃병까지 다들 취향도, 종류도 다양하죠. 꿈터 어린이 도예 강좌의 경우, 아이들이 좋아하는 ‘흙’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활용한 놀이 위주 접근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열정에 정지희 강사의 조언이 더해지는 동안, 동그란 흙덩이들은 귀여운 미니 절구, 단아한 자태의 면기와 연필꽂이 등 각자의 취향 가득한 형태를 차츰 갖춰 갔다. 수업 시간이 끝나도 수강생 모두 자신의 작품을 한 번 더 다듬고 만지느라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모습. 디테일 하나하나 정성껏 손본 뒤에야 차례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깨끗이 정돈한다. 이날 수업에서 빚은 기물들의 건조를 위해, 정지희 강사는 혹여 작품이 섞일세라 하나하나 꼼꼼히 수강생들의 이름을 표시했다.
수강생들이 모두 떠난 뒤, 고요함이 내려앉은 공간은 온전히 수업을 즐긴 이들이 남긴 기분 좋은 여운으로 가득했다. 그 어떤 목적이나 의무 없이 그저 ‘나’를 위한 순수한 두 시간의 몰입,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충만한 위안의 감정 -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우리 모두에게 공평히 부여하는 특별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수강생들의 이야기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 ‘꿈꾸는 예술터’와 함께한 성인 예술 강좌 수강생들.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로 정신없는 시기를 보내다, 비로소 스스로를 위한 작은 힐링을 마주한 소박한 즐거움이 전해졌다.
➊ 꿈터 강좌, 이렇게 알게 되었어요
➋ 강좌에 참여한 소감
[손끝에서 만나는 힐링]
정성희 성남시 수정구
➊ 저희 아이가 미술을 좋아해서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에서 미술 수업을 듣곤 했어요. 그러다 수정구에도 꿈꾸는예술터라는 좋은 시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양쪽 프로그램을 고루 살펴보며 선택하곤 합니다. 저도 평소 도예를 배워 보고 싶었는데 대부분 접근성이나 수강료가 좀 부담되어서 망설이다가, 꿈터 강좌를 알게 되어 시작하게 됐어요.
➋ 시설도 훌륭하고, 아이의 교육으로 계속 다니던 곳에서 저를 위한 수업을 들으니 참 좋아요. 오늘은 원래 수저꽂이를 만들려고 한 건데 잘된 건지 모르겠지만(웃음)…. 앞으로 실력이 발전하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서, 손님이 오시면 제가 직접 만든 테이블웨어로 대접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김보라 성남시 수정구
➊ 꿈꾸는 예술터는 저희 아이가 예술 수업도 듣고, 미술 공부도 하고, 때로는 놀기도 해서 자주 찾던 곳이에요. 집 근처라 성인 대상 강좌를 발견하고 관심을 갖던 차에, 먼저 수강한 지인이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예전부터 도예를 배워 보고 싶었지만 수강료나 거리 문제로 선뜻 시작하지 못했는데, 꿈터 강좌는 수강료나 접근성 모두 부담이 적었어요. 퇴직 후 마침 여유 시간이 생긴 참에 지난 학기에 처음 시작해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올봄에도 다시 신청하게 됐습니다.
➋ 강의를 듣기 전엔 너무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지만, 강사님께서 친절한 지도는 물론 도전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해 주셔서 큰 힘이 돼요. 제 손으로 무언가를 빚어서 결과물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한 감정이 듭니다. 저희 아이에게도 다음 학기에 꼭 도예 강좌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렇게 좋은 공간이 동네에 있어서 정말 잘 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꼭 전하고 싶네요.
[살롱 드 그림책]
문성희 성남시 분당구
➊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연주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데요, 평소 인문과 미술, 음악 등 문화예술 강좌에 관심이 많아서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를 자주 살펴보곤 했어요. 그러다 이 강좌도 알게 됐죠.
➋ <살롱 드 그림책>은 차와 그림, 이야기가 함께하는 강좌 구성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라 참 좋아요.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생각과 어릴 적 동심을 돌아보고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위로가 됩니다. 또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들이 모이면 결국 그림과 다른 예술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전공인 음악과 다른 예술을 접목한 융복합 작업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런 배움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습니다.
황윤미 성남시 중원구
➊ 아이를 위한 수업을 찾다 꿈터 강좌를 알게 됐어요. 아이 도예 수업을 신청하는 참에 그림책 강좌도 등록하게 됐죠. 사실 저를 위해 무언가를 배워 보는 건 대학 졸업 후에는 가질 수 없었던 시간인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짬이 조금 생겨서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➋ 미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평소 디지털 드로잉도 좋아했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커지더라고요. 아이들 그림책이 언뜻 가벼운 내용일 것 같지만, 의외로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어른들에게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거든요. 한편으로는 세상을 떠나신 제 어머니와의 기억을 그림책으로 남기고 싶은 소망도 있어요. 저희 아이도 외할머니와 참 각별했기에, 엄마를 추억하는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서 아이와 함께 그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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