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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2] 연극 <킬 미 나우>: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야기 방식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7월 29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31일

연극 <킬 미 나우>는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들 조이와 그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아버지 제이크의 이야기이다. 이미 그 자체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설정으로부터 시작하지만 단순히 장애인과 그 가족의 아픔을 표면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들이 지닌 보편적인 욕망과 좌절, 그로 인한 갈등을 섬세하게 그림으로써 초연 이후 여러 차례 공연되며 호평받은 작품이다.


김주연 연극 평론가  | 사진 제공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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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의 처음과 마지막은 모두 욕조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첫 장면에서는 아버지 제이크가 장애를 지닌 아들 조이를 욕조에서 씻기면서 아들의 육체적, 성적 성장을 알아채게 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들 조이가 욕조 안에서 아버지 제이크의 안락사를 돕는 모습이 은유적으로 등장한다. 성적인 욕망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임을 생각할 때, 이 극에서 욕조는 생명과 죽음이라는 가장 극적이고 대조적인 삶의 순간을 보여 주는 장소가 된다. 적어도 이 욕조 안에서 삶과 죽음은 하나로 겹쳐진다. 

조이가 친구 라우디와 즐겨 하는 좀비 게임 속에서 좀비에게 물려 자신도 좀비가 되기 직전, 사람들은 “킬 미 나우”라고 외친다. “나를 죽여 줘”라는 이 대사는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천적 장애를 지닌 아들 조이가 게임을 하면서 외치는 이 대사가 아버지 제이크에게는 “힐 미 나우”로 들린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조이의 발음상의 문제로 인한 것이지만, 제이크가 나중에 인간답지 못한 삶을 지속하는 대신 죽음을 택하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오해는 어느 정도 극적인 복선의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서도 ‘킬(kill)’과 ‘힐(heal)’의 의미가 교차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과 치유하는 것은 분명 정반대의 행위이지만, 극의 마지막에 제이크의 죽음을 돕는 행위는 곧 그를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더 이상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게 도와주는 행위가 된다. 게임 속 좀비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킬 미 나우”를 외쳤던 것처럼, 제이크는 ‘좀비’ 같은 삶을 끝내고 사람다운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킬 미 나우”가 “힐 미 나우”와 겹쳐지는 순간이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주로 대조되는 것들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욕조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명과 죽음의 순환, “킬 미 나우”가 “힐 미 나우”로 겹쳐지는 선택의 순간,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의 달라진 위치로 은유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 바뀜 등, 서로 다른 지점에 위치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합쳐지거나 반대의 지점으로 가 있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정상’과 ‘장애’의 경계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이번 성남 공연에서는 초연부터 함께해 온 이석준을 비롯해 배수빈, 최석진, 김시유, 이지현, 전익령, 이진희, 김지혜, 허영손 등이 참여해 먹먹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킬 미 나우> 

일시 9월 13일(토), 14일(일) 오후 3시

장소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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