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1] 야쿠프 흐루샤 & 밤베르크 심포니, 김봄소리: 독일의 중후함에 보헤미아의 상쾌함을 더하다
- artviewzine
- 7월 29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30일
5월 31일(토)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독일 굴지의 교향악단인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내한과 마찬가지로 상임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와 함께 왔는데, 체코 태생인 흐루샤는 올가을 세계 최정상의 오페라 포스트 중 하나인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으로 취임 예정이다. 지금 국제 무대에서 가장 핫한 지휘자와 그가 10년째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1,100석 규모 콘서트홀의 친밀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근래 유럽 무대에서 성가(聲價)를 높이고 있는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합류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가치는 각별했다.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 사진 최재우

1부 첫 곡은 스메타나의 <두 과부> 서곡이었다. 체코 국민 작곡가인 스메타나는 지휘자뿐 아니라 악단의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계된 인물. 흐루샤와 밤베르크 심포니는 독일적 중후함과 보헤미아적 상쾌함이 절묘하게 배합된 사운드와 능숙한 연주로 낯선 작품을 매력적으로 들려주었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다음 곡인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서 김봄소리는 기대 이상으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호소력 있는 음색으로 1악장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 2악장의 애절하고 감미로운 노래, 3악장의 힘차게 비상하는 흐름 등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살려 낸 호연이었다. 최근 같은 지휘자, 악단과 음반을 녹음한 곡이기도 한 만큼 시종일관 빈틈없이 잘 준비된 연주였고,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매우 뛰어났다. 특히 흐루샤와 밤베르크 단원들은 독주자가 솔로를 펼칠 때에는 충분히 뒤로 물러서 있다가, 관현악이 부각되어야 할 때에는 거침없이 고조되고 폭발하는 연주로 악곡 특유의 드라마틱한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한편 앙코르로 연주한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편곡판)에서 김봄소리는 협주곡 때보다 유연하고 풍부한 음색과 현란한 기교를 꺼내 보여 다시금 열띤 박수갈채를 이끌어 냈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연주되었다. 이 곡에서 흐루샤와 밤베르크 심포니는 무르익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호쾌하고 감흥 넘치는 열연을 펼쳐 보였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1악장에서는 열정적인 드라이브 속에서 기승전결의 구조를 분명히 짚어 냈고, 2악장에서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듯한 흐름의 감각적인 표현과 악장의 빼어난 바이올린 솔로도 돋보였다. 활력 넘쳤던 3악장을 지나 4악장에서는 다소 서두르는 경향도 엿보였으나, 밤베르크 특유의 조화로운 앙상블과 견실한 합주, 흐루샤의 젊고 패기 넘치는 드라이브 덕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앙코르는 드보르자크가 편곡한 브람스 헝가리 무곡 18번과 21번이었다. 보헤미아 작곡가와 독일 작곡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역시 악단의 정체성과 연계된 선곡이었고, 평소 듣기 힘든 곡들이라 더욱 반갑고 귀한 경험이었다.


© 최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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