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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1]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삶의 본질에 다가서기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3일 전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일 전

국립무용단의 <사자의 서>가 8월 30일 성남아트리움을 찾아온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불교 경전인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2024년 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김종덕이 부임 후 처음 선보였던 안무작으로,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여름 성남에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장지영 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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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자의 서(死者의 書)』는 ‘제2의 붓다’로 꼽히는 티베트 불교의 고승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가 8세기에 저술한 경전이다. 사후 세계를 경험한 승려들의 증언을 토대로 썼다고 알려졌다. 원래 티베트어 제목은 ‘바르도 퇴돌(Bardo Thodol)’, 즉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바르도)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르는 가르침(퇴돌)’이라는 뜻이다. 생전에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채 죽음을 앞두게 된 사람을 위로하는 한편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수행할 것을 권한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1927년 영어로 번역 출판된 이후 서구 종교학, 심리학, 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다.

국립무용단이 지난해 초연한 <사자의 서>는 김종덕 예술감독이 명상적인 주제를 다루는 대만 현대미술 작가 차웨이 차이의 <바르도>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바르도>는 『티베트 사자의 서』를 소재로 한 멀티미디어 작품이다. 평소 제의와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안무를 해 온 김종덕 감독이 주목한 것은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단계’라는 경전의 핵심 주제다. 이를 토대로 김 감독은 음양의 조화와 변화를 통해 우주 만물이 생성되고 발전한다는 태극 사상을 작품 뼈대로 삼았다. 태극의 홍색과 청색 면은 서로 단절된 듯하지만 하나로 수렴되고 순환하는 구도를 띤다. 삶과 죽음 또한 단절이 아닌 순환과 보완의 관계로 보는 관점은 작품의 안무와 미장센에 깊게 투영돼 있다. 죽음은 수직적인 개념으로, 삶은 수평적인 개념으로 무대에 직조된 것이 대표적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죽음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단계적으로 보여 준다. 1장 ‘의식의 바다’는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로 시작한 뒤 저승사자가 등장해 망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죽음을 애도하는 살아 있는 자들의 웅장한 소리가 죽음과 삶의 대비를 강렬하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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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상념의 바다’에선 망자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년기부터 장년기까지 차례로 전개되는 가운데 수많은 사건의 환영에 사로잡혀 있는 망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삶을 회상하며 겪는 기쁨, 슬픔, 고통 등 수많은 감정을 담은 춤은 망자의 내면을 표현한다. 그리고 장례 절차 중 관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발로 흙을 밟는 ‘회다지’가 여성 군무로 재해석됐다.

마지막 3장 ‘고요의 바다’는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어려운 움직임의 반복을 통해 삶과 죽음이 연결돼 있다는 철학을 담았다.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절제된 표정과 과장되지 않은 움직임은 깨달음의 단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승에 남은 이들이 49재를 마무리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삶의 원동력을 찾도록 만든다.

이 작품은 관념적인 죽음을 소재로 한 만큼 관객의 직관적 이해를 위해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만든 무대는 바닥부터 양쪽 벽까지 삼면이 백색으로 채워지고, 장면에 따라 벽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회전한다. 여기에 야광 호스와 블랙 라이트를 활용해 죽음과 영혼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천장에서 바닥으로 투사되는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으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그리고 현대무용 안무가이자 무용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는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진아가 3장의 음악을 맡아 망자의 애절함과 사후 세계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했다. 이와 함께 전통 복식의 틀을 고수하면서도 치마의 긴 트임과 찢긴 듯한 끝자락으로 현대성을 가미한 의상도 아름다운 미장센에 기여했다.

초연 당시 이 작품은 국립극장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을 활용하다 보니 국립무용단 단원 50명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스펙터클로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지역 순회공연을 위해 장식적이거나 반복적이었던 구성과 규모를 수정해 25명이 출연하는 버전으로 재안무했다. 삶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냄으로써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야말로 작품의 주제라는 점에서 투어 버전이야말로 김 감독의 처음 구상에 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 

일시 8월 30일(토) 오후 3시

장소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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