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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 한 권의 책: 지구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태, 지구에 대한 작은 관심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 속 실천부터 환경 운동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기후위기 속 생태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회복력 시대

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로 유명한 미국 경제·사회 사상가의 환경서다. 효율성만 추구하던 진보의 시대에서 벗어나 회복력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제안엔 저자의 환경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다. 저자는 생태계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라며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초국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태계의 경계는 인간이 설정한 경계와는 무관해 기후 위기와 같은 지구적 재난은 특정 국가나 정부가 홀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압축 성장의 길을 걸어온 한국 독자라면 특히 앞으로 우리가 회복력의 시대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432쪽 | 26,000원

 

리페어 컬처

환경 운동은 몸소 내가 실천하면서 하는 것 아닐까. 국립독일박물관 관장이 많은 것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독특한 건 저자가 자신의 지독한 ‘짠돌이’ 삶을 에세이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 사는 물건이 거의 없다. 웬만하면 고쳐 쓴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1920년대 정장 한 벌을 수선해 입는다. 50년 전 어머니가 산 믹서가 고장 나자 부품을 구해 고쳐 쓴다. 특히 저자는 정부의 정책이 오래 쓰는 제품을 우대하는 쪽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구성이 좋은 냉장고에 세금 혜택을 많이 주면 가격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튼튼한 냉장고를 사서 오래 쓰면 그만큼 버려지는 물건이 줄어든다는 제안은 한국 사회도 눈여겨볼 만한 정책이다. 

볼프강 M. 헤클 지음 | 조연주 옮김 | 양철북 | 252쪽 | 15,000원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종말론은 믿을 수 있을까. 2008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 영웅’으로 뽑혔던 세계적인 미국 환경 운동가가 극단적 환경 운동가들의 종말론이 과장됐다고 주장한 책이다. 인간 때문에 지구에 기후변화가 벌어진 건 사실이지만, 기후변화로 지구가 끝장날 거라 단언하긴 어렵다는 것. 예를 들어 저자는 과학의 발전으로 탄소배출량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극단적 환경 운동가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오랜 세월 환경 운동에 몸담으며 갈수록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작정 공포에 떨기보단 함께 논의해서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 환경 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 노정태 옮김 | 부키 | 664쪽 | 22,000원


지구 끝의 온실

SF만큼 기후변화를 첨예하게 그리는 장르가 있을까. 단편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한 여성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공기 중 떠다니며 살아 있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드는 물질 ‘더스트’가 지구를 뒤덮은 암울한 미래에 특수한 식물이 지구를 구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소설을 읽다 보면 작품 속 디스토피아는 기후위기가 닥쳐올 지구의 미래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론 코로나 사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후재난에 처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392쪽 | 15,000원


이호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문화부에서 문학, 출판,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콘텐츠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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