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미리보기 5] 2024 성남작가조명전 2 <조창환: 숨, 묵묵한>


성남큐브미술관은 성남에서 활동하는 청년 및 중장년 작가들을 대상으로 창작 생태계 기틀을 마련하고,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성남작가조명전을 통해 오롯이 작가 개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달에는 그 두 번째 전시로 조창환 작가의 <숨, 묵묵한>을 선보인다.


백혜원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BREATH, 2024, 130×162cm, Acrylic on canvas


조창환 작가는 지난해 성남 거주 및 활동 작가를 지원하고자 진행된 <성남의 발견>전 공모 선정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위주의 30여 작품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작가의 <BREATH> 작업은 생生을 가능케 하는 ‘숨’의 행위를 수십 번의 재료적 실험을 거친 끝에 확립한 결과물이다. 그는 물감을 한 가닥씩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숨’을 표현한다. 작업 초창기에는 여러 결로 이루어진 갈대 빗자루의 가닥을 적당히 뽑아 만든 붓으로 기다란 획들을 중첩해 쌓아 올리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들숨과 날숨 하나하나를 더욱 정교하게 표현하고자, 한 가닥의 갈기 형태 특수 붓을 개발한 현재의 작업 방식을 통해 마치 숨결이 살아 있는 듯, 생동감 있는 화면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여러 개의 캔버스를 공간에 펼쳐 놓고 돌아가며 획을 쌓아 올린다. 이는 하나의 ‘완성작’에 집중하기보다는 반복적 행위에 초점을 두고자 하는 작가의 실행 의지가 담겨있다. 숨결 하나하나가 모여 하나의 추상적인 형상을 만들어 내는 이 과정은 요령이 통하지 않는, 오롯이 작가의 노력과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창작 프로세스이다. 획이 서로 밀리지 않도록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중첩하는 행위는 작가에게 일종의 수행 과정이며, 사유의 결과물인 것이다.

<BREATH> 시리즈에서 작가는 캔버스 전면을 숨결로 완전히 채우기도 하지만, 겹겹이 쌓인 선의 존재는 하나의 형상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 형태는 마치 연속된 씨앗처럼 보이기도 하고, 식물의 어느 이파리 같기도 하다.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는 자연을 모티프로 한 이 형상은 작가가 추구하는 숨에 대한 표현, 세밀한 의식을 거쳐 화면에 생동감을 불러온다. 또한 블랙 시리즈에서는 붓으로 채운 흔적 속에 남겨진, 하얀 캔버스의 미묘한 틈을 볼 수 있다. 흰 물감으로 점을 찍은 듯한 이 공간은 또 다른 살아 있음, ‘숨구멍’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적 행위에 기인한다.


“존재의 의미는 결국 자아(自我)를 형성하고 이로 인한 의식이나 관념은 행위의 주체가 된다. 들고 나는 숨결이 생명체를 형성하듯이 화면에 한 올 한 올 물감이 쌓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 조창환, 작업 노트 중에서


삶에 대한 의미는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가정 아래에서 시작된다. 작가가 여린 획을 찍고 또 찍으며 비가시적 존재인 ‘숨’을 가시적인 존재로 형상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채우면서 비운다’는 조창환 작가의 삶에 대한 단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 살아 있음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BREATH, 2023, 130×162cm, Acrylic on canvas

 

BREATH, 2024, 100×100cm, Acrylic on canvas



2024 성남작가조명전 2 <조창환: 숨, 묵묵한>

일시 | 4월 26일(금)~6월 16일(일)

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문의 | 031-783-8142~9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