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장의 바이올린 연주는 국내 관객에게 각별하다. 1990년대, 10대의 동양 소녀가 국제 무대에서 받은 인정은 문화예술계의 소중한 기록이자 자랑이었기 때문. 지난 몇 년간 국내 공연에서 연이은 매진을 이루며 관객의 사랑을 받아 온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오는 12월 10일, 19년 만에 성남을 찾는다.
글 허서현 월간 <객석> 기자

© Warner Music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일시 | 12월 10일(화) 오후 7시 30분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자드가 함께한다. 예술성은 물론 실내악 연주자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그는, 2013년부터 사라 장의 연주 파트너로 함께하며 2019년 내한 당시에도 긴밀한 호흡을 선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사라 장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갖는 리사이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실내악이나 협연 공연보다는 더 깊이 사라 장의 음악적 해석을 감상할 기회다. 천재적 본능을 지녔던 그녀의 연주가 어떤 성숙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화제의 천재 소녀였던 사라 장의 일화는 1990년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8세에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과 협연하며 데뷔했다. 1992년에 열한 살 사라 장은 고작 4분의 1 크기의 바이올린으로 EMI 레이블에서 세계 최연소 녹음 기록을 세운다. 이듬해 두 번째 녹음에서도 바이올린은 2분의 1 크기였다. 베를린 필에 데뷔한 것은 1994년, 에이버리 피셔 캐리어 그랜트 상을 받은 것은 1995년이었으니 몇 년 사이 국내는 물론 세계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등장이었다.
이른 데뷔로 인해 이제 막 40대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벌써 데뷔 30주년을 넘겼다. 그사이 협연과 실내악 연주를 통해 그녀와 함께한 연주자들도 더욱 폭넓어졌다. 2007년,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발매한 비발디의 <사계> 음반은 사라 장 디스코그래피의 정점으로 평가받았다. EMI 레이블의 스무 번째 음반으로 쿠르트 마주어/드레스덴 필과 브람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발매하며 호평을 받았고, 사이먼 래틀·콜린 데이비스 등과도 함께 음반을 발매했다.
이번 리사이틀이 반가운 점은, 공연의 레퍼토리를 통해 그간 거장들과 쌓아 온 음악적 시야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은 브람스의 <F.A.E.소나타> 중 스케르초로 시작해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이어진다. 열정적 낭만으로 가득한 사라장의 비르투오시티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자, 앞서 언급한 대로 쿠르트 마주어와의 음악적 호흡으로 인해 그녀 안에 내재한 브람스 음악의 세계를 맛볼 수도 있다.
공연의 마지막 작품인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고전의 형식 속에 빛나는 현대적 바이올린의 경쾌함이 돋보인다. 원래는 플루트 소나타로 작곡된 것을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를 위해 프로코피예프가 편곡한 작품이다. “사라 장은 경이롭다”던 <뉴욕 타임스>의 표현처럼, 언제나 힘찬 음색으로 유려함을 선보이는 그녀의 연주는 다가올 연말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를 지닌 공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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