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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NCF PREVIEW·공연] 새로운 20년, ‘메이드 인 성남’의 문화브랜드를 꿈꾸다

2005년 성남아트센터 개관 이후 지역과 세계를 보듬는 화제의 기획으로 ‘콘텐츠의 힘’을 보여 준 성남문화재단. 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도 세계 최정상 예술가들의 단독·화제의 공연, 긴 시간 사랑받아 온 브랜드 공연 시리즈와 기획 콘텐츠로 문화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좌) 영국의 힙합 무용단 파 프롬 더 놈의 <블랙독>. 2019년 올리비에상 수상작이다 © Camilla Greenwell

(우)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힙합에서 아크로바틱까지: 성남 단독, 화제의 무용을 만나다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수식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우리가 알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는 잠시 잊어도 좋다. 오는 8월 성남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을 앞둔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Xi’an Acrobatic Troupe)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이제껏 접하지 못한 새로운 전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속에 중국 곡예 예술의 전통·기교, 서양 고전 발레의 우아함을 절묘하게 결합해 인간의 몸이 빚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펼쳐 낸다. 남성무용수의 머리 위에서 아라베스크 자세를 취하는 여성 무용수의 경이로운 자태는 절로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멋진 엔터테인먼트’(가디언), ‘경이로운 곡예의 클래식 안무’(인디펜던트)와 같은 유럽 주요 언론의 찬사에서도 알 수 있듯, 성공적인 하이브리드란 어떤 것인지 증명하는 작품이다.

무대의 주인공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은 중국 중앙방송총국(CMG) 주최로 매년 중국 최고의 예술 콘텐츠를 소개하는 대형 쇼 프로그램 <춘절전야제Spring Festival Gala>에서 파격적인 무대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공연 팀. 몬테카를로 국제 아크로바틱 대회 황금곡예상 등 굵직한 세계 대회를 두루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의 무대를 드디어 성남에서 단독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춤의 새로운 가능성에 관심을 둔 관객이라면 영국의 힙합 무용단 파 프롬 더 놈(Far From The Norm, 이하 FFTN)의 <블랙독(BLKDOG)>을 주목하자. ‘평범함에서 벗어난다’는 이름처럼 정형화된 틀 대신 자유로운 실험과 도전을 추구하는 FFTN은 2009년 런던 출신 안무가 보티스 세바(Botis Seva, 1991~)가 창단한 단체다. 세계 무용계의 차세대 스타 세바는 힙합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구조·연출법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안무를 창조하는 안무가 겸 연출가. 글로벌 브랜드 샤넬이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 갈 예술가들의 지원을 위해 2021년 신설한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CHANEL Next Prize*)의 첫 수상자이기도 하다.

6월 22일(토)~23일(일) 이틀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는 <블랙독>은 2018년 영국 무용 예술을 대표하는 공연장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의 20주년 기념 위촉작으로 첫 선을 보이며 호평받은 데 이어, 2019년에는 세계 공연계에서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올리비에상(Olivier Awards)의 ‘최우수 무용 신작(Best New Dance)’ 부문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화제작이다. 힙합 댄스를 기반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실험과 유머가 결합된 이 작품은 세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청년들이 절망과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을 담았다. 런던 거리의 힙합과 스트리트 댄스, 흑인 문화 속에서 길러진 본능적인 감각과 경험에 기반한 세바의 창작은 뉴욕의 뒷골목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천재 화가 바스키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2005년 개관 이후 윌리엄 포사이스의 <헤테로토피아>, 발레뒤 노르 컴퍼니 <비극> 등 세계 무용계의 화제작들을 과감히 선보여 온 성남아트센터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블랙독> 역시 뜨거운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 2021 CHANEL Next Prize는 디자인, 영화, 공연, 비주얼 아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10인이 선정되었으며, 한국의 뮤지션 정재일이 포함되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10만 유로의 지원금이 수여된다

 

가디너, 괴르네, 피레스… 클래식 거장들의 반가운 내한

올해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여러 굵직한 내한 공연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원전 연주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JohnEliot Gardiner)와 그가 이끄는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Orchestre Revolutionnaire et Romantique)’의 내한이다. 지난해 영국 찰스 3세 대관식 식전 연주에서도 지휘를 맡았던 가디너는 명실상부한 영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거장. 2004년 몬테베르디 합창단과의 내한 이후 20년 만에 한국을 찾는 가디너는 오는 10월 성남아트센터를 포함해 수도권 4개 공연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완주한다. 그동안 음반으로, 또 세계 유명 공연장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로 화제를 모았던 가디너의 베토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성남아트센터에서는 10월 9일(수)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4번과 5번을 선보인다. 80대의 나이, 가장 원숙한 정점에 선 노거장의 해석을 마주할 수 있다.

독일 예술가곡(리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Matthias Goerne)는 10월 26일(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로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풍부하면서도 중후한 음색으로 긴 세월 대표적인 독일 가곡 해석자의 자리를 지켜 온 괴르네는 2005년 성남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당시 첫 내한 이래 2015년 개관 10주년 무대에도 선 인연이 있다. 특히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음반과 실연으로 언제나 찬사와 감동이 함께했던 대표 레퍼토리다. 2024년의 괴르네가 연륜과 깊이로 빚어낼 해석이 기대된다.

연가곡 무대인 만큼 함께할 피아니스트 역시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괴르네는 알프레트 브렌델과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알렉산더 슈말츠, 안드레아스 해플리거, 최근에는 조성진까지 당대의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공연에서는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 Joao Pires)가 섬세한 피아니즘으로 빚어낼 괴르네와의 앙상블이 기대된다.


(좌)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 Felix Broede and Deutsche Grammophon

(우)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 Marie Staggat and Deutsche Grammophon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4번과 5번을 연주한다

 

이유 있는 인기, 브랜드 콘서트

오랜 시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성남아트센터의 브랜드 공연 시리즈도 계속된다. 올해로 19번째 시즌을 맞은 성남아트센터의 대표 브랜드 공연 마티네 콘서트는 ‘보헤미아의 숲과 들’이라는 주제 아래 체코 출신, 또 체코와 인연이 깊었던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마티네 콘서트와 함께한 관객들의 음악적 취향과 식견을 반영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의 면면은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만의 믿음직한 경쟁력이다. 2024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종신 수석인 오보이스트 함경,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했던 소프라노 황수미 등 특급 연주자들이 관객들을 만난다.

마티네 콘서트의 해설자로 진행과 연주 모두 진심을 가득 담아내는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존재는 이 시리즈를 더욱 빛내는 원동력이다. 3월부터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음악이 그려 낼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연극을 단돈 1만 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소개하는 ‘연극만원(滿員)’은 매해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성남아트센터의 대표 브랜드 공연이다. 소극장 공연의 아담한 객석 규모에도, 2011년 첫 시작 이후 13년간 누적 관객 1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연극만원’의 굳건한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올해는 <행복을 찾아서>(3월 8~10일), <컬렉티드 스토리즈>(4월 19~21일), <슈만(Schumann)>(5월 10~12일), <웃음의 대학>(7월 5~7일), <별이네 헤어살롱>(8월 30일~9월 1일)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의 모습을 그린 연극 5편을 소개한다. 매해 여름에서 가을까지 푸르른 야외 공연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파크 & 피크닉 콘서트도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마티네 콘서트의 진행자 김태형 © 최재우


원도심을 넘어선 공연의 랜드마크, 성남아트리움

중원구·수정구 원도심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2022년 개관 이후 다채로운 클래식 무대를 선보여 온 성남아트리움. 2024년은 ‘성남아트리움 클래식 시리즈’로 발레와 오페라까지 망라하는 무대, 성남의 또 다른 공연예술 랜드마크로 거듭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울발레시어터와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발레 <백조의 호수>(5월 11일)와 콘서트 오페라 <코지판 투테>(11월 23일)는 장르의 기본적인 형식과 수준은 유지하되 무대와 소품, 의상 등을 간소화해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구성으로 꾸민다. <코지 판 투테>(연출 장재호)는 소프라노 박재은,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바리톤 김경천 등이 출연하고 지휘자 김성진과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연주를 맡는다.

국내 대표 아티스트들의 리사이틀은 진지한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순서다. 상반기에는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사이틀(5월 24일), 하반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리사이틀(9월 7일)이 대기 중이다. 탁월한 실력과 친근함으로 대중에게서 긴 시간 사랑받아 온 명품 연주자들의 만남인 ‘비르투오소들의 조우’(8월 28일)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 피아니스트 양성원, 첼리스트 송영훈이 한자리에 선다.

지난해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호응을 얻었던 ‘작곡가 시리즈’는 올해 2회에 걸쳐 베토벤의 대표작을 탐구한다. 첫 순서인 6월 26일은 ‘5번’의 날. 이병욱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이혁이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5번 ‘운명’을 준비했다. 7월 27일에는 지휘자 최희준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와 교향곡 7번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ROHSH

연극만원 <컬렉티드 스토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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