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1] 마티네 콘서트 ‘보헤미아의 숲과 들’
- artviewzine
- 2024년 3월 1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4월 1일

성남아트센터의 간판 클래식 음악 기획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마티네 콘서트가 올해도 찾아온다. 언제나 신선한 프로그램, 멋진 음악을 들려줄 출연진, 그리고 가이드 역할을 해 줄 최고의 해설자인 피아니스트 김태형까지 삼박자가 갖춰져 있으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콘서트홀 객석에 앉기만 하면 되리라.
글 양창섭 음악 칼럼니스트

마티네 콘서트의 해설을 맡은 피아니스트 김태형
보헤미아로 떠나는 음악 여행
올해의 연간 타이틀은 ‘보헤미아의 숲과 들’이다. 보헤미아는 정확히는 체코의 왼쪽 지역을 이르니 크게 보아 체코 음악가의 음악이나 이 지역에 사연을 가진 음악을 듣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바로 위에 자리 잡은 체코는 오른쪽의 슬라브 문화권과도 교유하면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갖춰 나갔다.
3월 첫 공연은 체코 민족 음악의 아버지라고 할만한 스메타나의 몫이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이며 3월생이기도 한 그의 희극 오페라 <팔려간 신부> 서곡은 현악기의 멋진 구사나 알기 쉬운 멜로디, 시원시원한 다이내믹으로 인기가 높다.
이어지는 <나의 조국>은 여섯 곡 모두를 실연으로 감상하는 드문 기회다. 매년 5월 열리는 ‘프라하의 봄’ 축제의 개막 공연(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에서는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 전통이다. 과천시향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서진이 성남시향을 지휘한다.
4월의 작곡가는 모차르트다. 프라하는 모차르트를 사랑했으며, 모차르트 말년에 주 활동 무대가 되었다. 이날의 연주곡 모두가 프라하와 관계가 있다. 교향곡 38번은 프라하에서 초연되었기에 ‘프라하’라는 부제가 붙었고, 그 성공을 계기로 위촉받아 역시 그곳에서 초연한 오페라가 <돈 조반니>다. 모차르트는 클라리넷 협주곡 일부를 프라하에서 작곡하기도 했으며, 역시 그곳에서 초연된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지휘자 정예지와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르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했던 조인혁이 명곡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5월에는 백 년쯤 더 과거로 올라가자. 보헤미아 지역은 바로크 시대에도 훌륭한 음악가를 배출했다. 비버는 그곳에서 태어나 잘츠부르크에서 전성기를 누린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데 그의 신선한 관현악곡들을 들어 볼 기회다. 가령 <바탈리아>는 제목처럼 전투를 묘사하는데, 불협화음도 들리고 재미있는 연주법도 볼 수 있다. 리틀러, 라이헤나우어, 젤렌카 등 듣다 보면 귀가 즐거워지는 음악들의 향연이다.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XX와 르 콩세르 데 나시옹(Le Concert Des Nations) 외에도 무수한 고음악 단체에서 리더를 맡았던 만프레도 크레머(Manfredo Kraemer)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을 이끌며 보여 줄 리더십과 카리스마 넘치는 바이올린이 기대된다.
6월은 드디어 드보르자크다. ‘카니발’ 서곡은 제목처럼 흥겹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자주 연주되지 않아 안타까운데 실연으로 감상할 좋은 기회다. 교향곡 8번은 전성기 드보르자크의 능수능란한 관현악법과 보헤미아의 서정이 잘 결합되어 있다. 지휘자로 자리를 잡은 이승원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르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으로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지윤이 드보르자크 협주곡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 줄 것이다.
7월에는 보헤미아에서 태어난 말러와 모라비아에서 태어난 야나체크를 만난다. 말러는 교향곡 작곡가였으나 가곡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 <뤼케르트 가곡>은 교향곡 5번 시기에 작곡되었으며 음악적으로도 무관하지 않다. 그중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이라는 곡은 알마 말러에 대한 음악적 연서이며 그렇기에 이날 공연의 첫곡이 5번 교향곡의 4악장이라는 것도 적절하다.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로 이를 노래한다. 야나체크는 말러보다 6년 일찍 태어났지만 유명해진 것은 말러가 죽고도 한참 지나서였다. <타라스 불바>는 우크라이나 카자크들의 이야기를 그린 고골의 중편 소설을 3악장으로 표현한 랩소디다. 최근 부산시향 지휘자로 선임된 홍석원이 경기필하모닉을 지휘한다.
8월에는 해설을 맡고 있는 김태형이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가 연주할 독주곡은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등이다. 민속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야나체크의 피아노 음악을 감상한다. 우아한 목소리의 소프라노 황수미는 역시 보헤미아에서 자란 글루크와 드보르자크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김태형의 반주로 노래한다. 황수미가 부르는 드보르자크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과 함께 발레를 감상하는 기회도 있다. 9월엔 유니버설 발레단이 발레 <돈키호테> 갈라를 선보인다. 모라비아에서 태어난 밍쿠스는 러시아에서 안무가 프티파 등과 협력하며 <라 바야데르> 등 발레 음악을 작곡했다. 김광현이 지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책임진다.
10월에는 젤렌카의 미사곡을 듣는 드문 기회가 찾아온다. 보헤미아에서 태어나 당시 유럽 최고의 악단인 드레스덴 궁정 악단의 연주자로 사실상 카펠마이스터 역할을 하기도 했던 젤렌카는 많은 미사곡을 작곡했으며 이번에 연주하는 <미사 보티바>는 그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다. 생동감이 넘치면서 대담하고 분위기도 밝다. 70분이라는 시간이 ‘순삭’될 것이다.
11월에는 20세기 초중반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마르티누의 차례다.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자양분을 흡수했던 그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오보에 협주곡은 핀란드방송교향악단 수석으로 활동 중인 함경이 협연한다. 후반부에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드디어’ 듣는다. 부산시향을 의욕적으로 이끌었던 최수열과 경기필하모닉의 연주다.
대미를 장식하는 12월, 윤이상 콩쿠르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의 첼리스트 이상은이 난곡이자 명곡인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후반부에는 드보르자크의 제자(겸 사위)이자 마르티누의 스승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수크의 <겨울 저녁 이야기>를 백승현이 지휘하는 성남시향의 연주로 듣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겨울 이야기>에 기반한 곡으로 질투와 반성,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다. 15분이 되지 않는 곡이지만 10회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마티네 콘서트 ‘보헤미아의 숲과 들’
일시 | 3~12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 031-783-8000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소프라노 황수미 오보이스트 함경(좌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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