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3] 2024 성남작가조명전 1 <성장: 아이덴티티의 확장>
- artviewzine
- 2024년 3월 11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4월 1일

성남큐브미술관은 지역작가들이 어려운 창작 환경 속에서도 예술가로서 자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주기 위해, 2015년부터 성남 청년작가와 중진작가들의 전시를 진행해 왔다. 오랜시간 작가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 온 성남큐브미술관은 올해 ‘성남작가조명전’으로 타이틀을 개편하고, 청년과 중진의 구분을 넘어 ‘작가’ 본연의 정체성에 더욱 집중한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2024 성남작가조명전의 첫 그룹전 <성장: 아이덴티티의 확장>은 권순욱, 김건, 김광민, 김이연, 장지혜, 정한별(가나다순) 총 6명의 청년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고 스스로의 내면을 치열하게 탐구한 지난한 여정을 선보이는 자리다.
글 조한별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사진 최재우
세상 밖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2024 성남작가조명전 <성장: 아이덴티티의 확장>은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였다. 우리가 예술 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에 기인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6명의 청년작가들은 기존의 사회적인 프레임과 상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적인 감정과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권순욱 ‘아름다운 세상’
권순욱 작가의 작품에는 세상에 대한 따뜻함과 애정이 담겨 있다.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마음으로 사물과 사람을 사유하는지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창의성으로 풀어낸다.
작가의 작업은 추상화와 정물, 건축물을 소재로 한 일련의 연작으로 나뉜다. 특히 추상 작품은 그의 초창기 작업의 주된 형태로, 나이프로 물결 모양과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화면 전체를 덮는 전면 회화 방식이다. 아크릴 물감과 혼합 매체를 사용하여 굵은 횡렬의 선과 선 사이에 사각형 형태로 채워 가는 스트라이프 구성의 강한 질감은 정형화된 형태미에서 느낄 수 없는 미적인 쾌감을 전해준다. 작가의 풍부한 감수성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 세상과 소통하고 연결하는 창구로 작용한다.
정한별 ‘연결고리’
정한별 작가에게 예술은 세상과의 연결 고리이다. 작가는 ‘연결’과 ‘순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동경하는 인물, 이슈들(여행, 파티, 작업)과 관련된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새롭게 화면에 담는다. 주로 작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거나 가치 있다 생각되는 것들, 개인적인 이야기와 역사적인 소재들을 기록한다. 페인팅과 입체 작업을 주축으로, 작업물을 촬영하고 스캔해 디지털화한 뒤 가공하여 의류, 가구 등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물건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물건들을 주변에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벤트(일상, 여행, 파티)를 기록해 다시 작업의 소스로 활용하는 ‘연결과 순환’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역사적·문화적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간다.
김광민 ‘일기장’
김광민 작가의 작품은 자아의 발견과 탐구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이 마치 일기장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창작의 과정이 작가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과 깊이 속에 감성과 실험적 요소를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안한다.
작가는 주로 아크릴을 사용하여 작업하는데, 켜켜이 레이어를 쌓고 블렌딩하여 시각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색의 대비를 통해 생동한 입체감을 전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지폐가 오가는 포스(pos)기를 자신에게 투영하여 작업한 <집이 pos기같이 느껴지다>, 개개인의 사회적 가면을 ‘비닐봉지’라는 매체로 간접적으로 표현한 <어렴풋이 붕 떠 버린>을 보면 그가 일상적인 경험과 사물을 통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장지혜 ‘동시대성’
장지혜 작가는 개인의 감정에서 출발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탐구한다. 작가는 핑크택스1, 임금체불, 노동 시간 초과, 그린워싱2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의 특징을 포착해 작품으로 표현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EAT THE PINK>는 화려한 색채와 대비를 강조한 스타일의 표현으로, 현대 사회의 소비 문화와 시각적인 유혹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반영한다.
<눈물 측정기>는 작가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슬픔’이라는 개인의 주관적 감정마저도 ‘좋아요’ 개수와 같은 숫자로 수치화시키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나의 감정은 온전히 나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 같은 제품이더라도 남성용보다 여성용, 또 여성을 위주로 타기팅하는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싼 현상
2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허위·과장 광고나 선전·홍보 수단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행위
김건 ‘원초적인’
김건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유기적인 관계성에 집중한다. 그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과 동물을 생명체라는 공통분모로 결합시키며 상호 작용을 통한 생태계의 균형과 파괴라는 모순적인 면을 드러낸다. 독특한 점은 작가의 작업 방식인데, 그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손가락으로만 만들어 낸 결과물이 <손가락 자국의 시선> 시리즈다. 원시 고대 벽화에 그려진 동물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작업 기법부터 원시적인 요소들을 차용하고자 했다. 손가락을 도구로 활용한 작업은 종종 직관적이고 순간적일 수밖에 없어서, 작가는 손가락을 사용해 물체를 형상화하고 변형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유연하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김이연 ‘위안의 대상’
김이연 작가에게 자연은 위안을 받는 대상이다. 그는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일화, 혹은 성격, 분위기, 어투 등을 작가의 기준을 토대로 분석하여 식물화 한다. 식물화된 이미지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으며 각각 발견 일시, 위치 좌표, 서식지, 크기, 유래, 특징 그리고 주의 사항을 함께 기록한다.
작가는 색연필로 층층이 색을 더해 가는 레이어링 기술을 통해 색의 투명도와 심도를 조절하며 작품에 깊이와 차원을 부여한다. 색연필을 활용해 연한 색상에서 어두운 색상까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상 전환으로 색감의 조화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세밀한 디테일 표현과 작은 점과 선을 사용한 복잡한 텍스처의 구현으로 작품에 정교함을 더한다. 작품의 내용과 재료의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 자체로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발현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6명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사유의 줄거리들, 신념과 가치, 개인의 경험, 사회적 관계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이러한 아이덴티티들은 시간이 지나며 개인의 삶과 경험 그리고 다른 세계와의 소통 속에서 새로운 발전과 성장을 이룰 것이다. 지역의 장애인 작가와 비장애인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한 다양성 존중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참여 작가와 관람객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 – free) 전시로 진행되며,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통한 작품해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024 성남작가조명전 1 <성장: 아이덴티티의 확장>
일시 | 2월 23일~4월 14일
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문의 | 031-783-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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