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1]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젊은 거장의 미래를 엿보다
- artviewzine
- 6월 2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4일
어느 분야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차분하게 돌아보고 그것을 전진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거기에 멘토로 생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나 경험 등을 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조성진의 행보가 그를 사랑하는 팬들 모두에게 흐뭇함과 든든함을 동시에 전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김주영 피아니스트,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 Ben Wolf
자신의 음악에 귀 기울일 클래식 애호가들을 늘리는 일에도 분주히 임해야 하지만, 지금껏 긴 호흡으로 조성진의 피아니즘에 공감을 표하고 함께 걸어온 이들에게 흥미로운 방법으로 미래의 모습을 제시해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세계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이기에 이 책임이 더욱 막중해지는 것도 사실인데, 6월 15일 성남아트센터 리사이틀 프로그램에는 신선한 느낌과 아울러 앞으로의 스타일과 추구해 나갈 음악 세계에 대한 힌트가 살짝 곁들여져 있다.
리스트부터 브람스까지, 조성진만의 피아니즘을 만나다
첫 곡인 리스트의 <에스테장의 분수 Les jeux d’eaux à la Villa d’Este> 는 지금껏 조성진이 연구해 왔던 프랑스 인상주의 피아니즘에 대한 원천적 고찰이다. 인생 후반기의 리스트는 피아노로 만들어지는 ‘음의 덩어리’를 포함한 새로운 음향의 창조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탈리아의 명소인 에스테장의 아름다운 분수들과 물의 흐름을 오묘한 아르페지오를 통해 구현해 낸 리스트의 이 걸작은 가히 드뷔시와 라벨을 수십 년 앞선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베토벤의 유니크한 피아노 소나타 ‘전원’은 고전파로 향한 조성진의 애정을 조심스레 드러낸 선곡이라 보인다. 중기로 막 들어서던 베토벤의 서정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열다섯 번째 소나타는 네 개의 악장 모두에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작곡가의 새로운 리듬적 시도와 대위법 등이 엿보이는 곡으로, 연주자마다 고유의 시각을 오롯이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버르토크의 모음곡 ‘야외에서’는 유럽의 각처에서 수집한 민요의 본질들을 독특한 어법으로 끌어낸 역작이다. 시마노프스키 등을 통해 경험했던 바, 조성진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어지러운 가치관과 혼돈의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의 갈등적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고유의 텍스트가 간직하고 있는 충동과 그 불규칙한 폭발, 민요적 요소의 그로테스크한 변형에 이르기까지 조성진이 이 난곡을 통해 나타낼 수 있는 매력은 참으로 여러 가지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조성진이 선택한 브람스의 작품을 보는 순간, 수년 전 풍성한 양감과 피아니스틱한 쾌감을 멋지게 혼합했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호연이 떠올랐다. 후반부 조성진이 무대에 올릴 브람스의 소나타 3번은 야심만만했던 젊은 브람스의 호기가 여과 없이 담겨 있는 대곡으로, 이보다 직전 발표한 두 곡의 피아노 소나타와 비교해 월등한 성장과 균형미를 이뤄 낸 곡이다. 간간이 명민하면서도 깊은 사색이 있는 브람스의 사운드를 구사해 보였던 조성진인 만큼 하이라이트를 이룰 후반부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남다르다. 피아노 한 대로 그려 낼 청년 브람스의 오케스트레이션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 Ben Wolf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일시 6월 15일(일) 오후 3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문의 031-783-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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