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4] 2025 성남의 얼굴전 <무해한 이야기>: 예술이 전하는 ‘긍정의 힘’
- artviewzine
-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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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6월 10일
2006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 열여섯 번째를 맞이한 ‘성남의 얼굴전’은 지역 문화예술 저변 확대 및 발전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성남큐브미술관 대표 기획 전시이다. 성남이라는 지역성 및 관계성을 지닌 작가들을 꾸준히 조망해 온 ‘성남의 얼굴전’은 작가들에게는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과 일상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글 백혜원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I 사진 배진환(상상공작소)

7월 6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2025 성남의 얼굴전 <무해한 이야기>는 작가들이 표현하는 시각언어가 관람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무해한 방식으로 전달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여기서 ‘무해(無害)’란 단순히 해를 끼치지 않는 소극적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촉진하면서도 상처를 유발하지 않는 예술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점점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현대인은 끊임없는 긴장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 부상하는 개념이 바로 ‘무해력(無害力)’이며, 이는 2025년 『트렌드 코리아』가 주목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비판보다도 부드럽게 스며드는 이해와 감응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무해력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수동적 태도를 넘어, 관계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은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내밀한 서사와 감각의 경험, 혹은 사회적 이야기를 담아내되, 그것이 관람자에게 긍정적인 소통과 공감의 기회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작가들의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배윤환
김민혜는 조각을 통해 공간을 탐구하며, 동시에 다양한 매체와 물성을 연구해 개인의 서사를 이야기한다. 조각과 조각이 평면에 닿았을 때 생기는 공간, 그것의 관계를 목탄 드로잉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출력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며 평면 이미지가 마치 제3의 새로운 공간을 연상시키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김한나는 삶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각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것에 주목하고 이를 여러 시각으로 바라본다. 나무 패널을 해체하고, 우레탄폼을 도포하며, 다양한 색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표면을 쌓아 올려 캔버스 상의 다면체적 구조를 만들어 낸다.
박성수는 종이에 점토를 얇게 발라 말아 내어 일정 기준에 도달했을 때 멈추는 행위를 반복한다. 작품 성형이 끝난 후 가마 소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완전한 결과물은 예상치 못한 예술적 변형을 이끌어 내는데, 이는 통제 불가능한 우연성 속에서 새로운 조형적 요소와 미적 영감을 찾는 작업의 본질적 동력이다. 배윤환은 사회 이슈들, 혹은 사람들의 관계와 대화 속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혼합과 오염을 동화적인 화풍으로 풀어내며 작가만의 풍자와 해학을 담아낸다. 주로 ‘부정합’, 즉 서로 잘 맞지 않는 틈과 충돌에 관심을 두고 이를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는다. 베리킴은 일상 속 사물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특별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며, 자아에서 진정한 행복이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외부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획일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작가의 개성 넘치는 시선으로 탄생한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선사한다.

베리킴

최지원
최지원은 드로잉과 회화, 미디어를 매개로 ‘나타남’과 ‘사라짐’ 사이의 심리적 깊이를 탐구한다. 표면에서 나타나는 획은 단순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넘어, 오히려 화면의 고유한 성질을 지우거나 드러내는 과정을 반복해 존재와 부재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드러낸다. 홍자영은 인류가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해 온 방식을 정원 양식과 옛 놀이 방식을 통해 탐구한다. 풍수가 자연의 지형에서 보이지 않는 흐름과 원리를 읽어 내고 사물의 배치를 통해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내듯, 작가는 전시장 분위기를 바탕으로 여러 오브제가 보이는 방식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이번 <무해한 이야기> 전시는 성남 지역에 연고가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이들은 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소통할 수 있을지, 또 개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고민하며 실험하고 있다. 각 작가들이 들려주는 ‘무해한 이야기’가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실천적 모색이 되기를 바란다.
2025 성남의 얼굴전 <무해한 이야기>
일시 4월 25일(금)~7월 6일(일)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쉼)
장소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
문의 031-783-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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