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성남큐브미술관은 성남작가조명전의 세 번째 전시로 <이계진: 우연한 삶>을 개최한다. 성남작가조명전은 2015년부터 진행해 온 성남청년작가전과 성남중진작가전을 통합 및 개편하여 지역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자립 기반을 지원하고, 시민들에게 우수 작가를 소개함으로써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기획되었다. 참여 작가 이계진은 성남에 거주 또는 활동 중인 작가들의 지원을 위해 지난해 진행한 <2023 성남의 발견> 공모 선정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위주의 <소금산수> 시리즈를 선보인다.
글 조한별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이계진, 소금산수 145, 2024, 장지 위 먹과 소금, 125x50cm
이계진 작가는 소금과 먹을 주된 재료로 하여 2018년부터 현재까지 160여 점의 <소금산수> 시리즈를 제작해 왔다. <소금산수>는 실제로 쓰이는 단어가 아니라 작품의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 스스로 고민 끝에 창작한 단어다. 작가는 작품 안에서 추상적 요소인 먹과 소금, 구체성을 띤 현대 인물들의 조화로운 구성을 추구한다.
우연의 기법
이계진 작가는 ‘우연’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차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장지 위에 먹을 뿌리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린 뒤 대략 한 시간을 기다리면 소금이 먹의 물기를 흡수하면서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독특한 무늬와 패턴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효과를 통해 나타난 자연스럽고 독특한 미감은 작품에 생동감과 생명력을 부여한다. 우연의 결과물 위에 실루엣의 형태로 존재하는 점경 인물들은 작가가 실제로 일상에서 마주한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이계진 작가는 우연적 요소를 이용하여 무의식에 내재된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작가가 포착한 우연한 장면들을 작품화한다. 우연적 기법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우연성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작품의 일부로 통합시킨다.
동양미술에서 우연성은 기교나 인위적 조작 없이 무위 자연의 차원에서 우연히 떠오른 흥취를 나타낸 것을 뜻한다. 예로부터 전통 문인화에서는 화가의 자유로운 심상적 표현을 최고의 경지로 보아 ‘묵희(墨戱)를 강조한다. 먹을 갖고 논다는 뜻의 ‘묵희’에 기반한 문인화 작품에서 화가는 기술에 구애되지 않는 운필을 통해 형체의 닮음보다 내용이나 정신을 강조하며, 형상적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다. - 이계진, 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먹과 소금처럼, 우리의 삶 그리고 존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우연 그 자체인지 모른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삶을 무의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갈래로 춤추듯 흩어지는 선들은 작가의 손끝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의 삶 또한 어떤 손길들이 닿아 지금의 존재와 삶을 그려 내었는지 자문해 본다.
<이계진: 우연한 삶>을 통해 평소 지나치기 쉬운 찰나의 순간, 우연한 마주침,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주목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의 재해석 속에서 삶 곳곳에 자리한 우연의 의미를 느껴 보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삶은 어떤 우연들로 채워져 있나요?’

이계진, 소금산수 154, 2024, 장지 위 먹과 소금, 162x130
성남작가조명전 3 <이계진: 우연한 삶>
일시 | 6월 28일(금)~8월 18일(일)
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문의 | 031-783-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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