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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 + 멘토의 이야기] 남기륭, 유태양, 전석희, 홍서연: 창작의 바다로 함께 나아가기

  • 작성자 사진: artviewzine
    artviewzine
  • 6월 2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5일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의 미덕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기술의 배움이 아닌, 서로의 창작 세계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예술적 연대의 장이었다는 점이다. 배움과 경험, 참여와 연결 속에 모두가 ‘업스케일링’을 이룬 이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언제나 참여 예술가들의 곁에서 함께 고민하 고 공감한 네 명의 멘토들이 자리했다.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소통전략부 과장 I 사진 최재우




디렉터 아르동(남기륭)
디렉터 아르동(남기륭)

사회와 공동체를 작업의 주제이자 재료로 삼고,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며 유쾌한 경험을 만들어 가는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예술과 기술, 교육이 만나는 지점을 연구하는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멀티미디어영상과와 무대미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창작자를 위한 테크놀로지 기반의 업스킬링(Upskilling)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창의적 배움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실험하고 제안합니다. 일방향적인 강의에서 벗어나 함께 배우고, 함께 실험하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주고받는 피어러닝(Peer-Learning)의 과정으로, 커뮤니티의 상호 작용을 위한 인터랙티브 미디어라는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창작과 교육 그리고 커뮤니티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은 단순한 기획이나 교육을 넘어, 예술가로서 저의 작업 방식이자 실천이기도 합니다.


<업스케일링 성남> 추진 배경

<업스케일링 성남>은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은 작년 성남문화재단과 함께 ‘예술과 기술의 성숙한 융합이 가능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창작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은 많지만, 단순히 프로젝트 지원금 제공이 아닌 좀 더 긴 호흡으로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진짜 ‘케어링’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이런 고민은 제가 연구해 온 ‘창의적 배움 커뮤니티’ 개념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고, 이를 접목해 이번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됐습니다. 창작자들이 기술을 탐색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면서 ‘업스케일링’ 되는 교육이자 인큐베이팅 과정이죠.

이번 프로그램에는 15명의 멋진 성남 기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주셨고, 총 12주 과정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간 고민하고 발전시켜 온 결과물을 선보이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입니다.


진행 방식과 특징

매주 수요일 오후 정기 모임과 다양한 비정기모임으로 진행됩니다. 정기 모임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기술 스터디’, 두 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가는 ‘프로젝트 창작’입니다. ‘기술 스터디’는 동시대 예술+기술 융합을 위한 핵심 기술들을 함께 다루며 창작자들의 기술적 상상력을 북돋기 위한 단계인데요, 이를 위해 모신 세 명의 훌륭한 멘토들은 단순한 기술 강사가 아니라 창작자이자 교육자, 동료로서 함께해 주셨어요. 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다양한 비정기 모임들이 생겨 났습니다. 자연스레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배우는 흐름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더욱 견고해졌죠.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서로가 서로의 레퍼런스이자 튜터’가 된 점입니다. 저는 디렉터로서 참여자들이 각자의 작업을 나누고, 질문하고, 피드백하며, 공동체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했어요. 든든한 멘토들, 열려 있는 창작 공간 꿈꾸는예술터 그리고 성남 문화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열정적인 참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간이었어요.


<업스케일링 성남>속에서 진행 중인 작업

‘업스케일링’이라는 제목처럼, 참여자들의 작업은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 위에 새로운 기술을 결합해 확장 중입니다. 자신이 해 오던 작업의 맥락 안에서 기술을 소화하고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흥미로운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고무적인 점은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진 여러 주체들과의 협업인데요, 돔 형태의 미디어 몰입 공간을 위한 콘텐츠 제작, 지역사회의 문화를 인터랙티브 아트로 풀어내는 프로젝트, AI를 활용해 성남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융합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모바일 기기로 참여하는 공연-게임 시어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업스케일링 성남>에 기대하는 점

올해 3월, 프로그램 시작 당시 ‘우리는 일찍 일어난 새’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부지런히 움직인 만큼 모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고, 이 커뮤니티가 더 넓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장기적으로는 <업스케일링 성남 커뮤니티>가 성남문화재단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현재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다음 시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멘토 유태양
멘토 유태양

XR(eXtended Reality 1) 분야 콘텐츠를 구현하는 미디어 개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HMD(Head Mount Display 2) 기기와 이로 인해 발전 중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아, 관련 실험에 기반한 작업들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작업부터 VRChat을 활용한 기존 IP 활용 작업까지 반경을 확장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1)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ixed Reality) 등 현실을 확장한 형태의 작업들을 지칭

2)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주로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의 구현을 위한 디스플레이 장치로 사용된다



<업스케일링 성남>에서 맡은 역할 

크리에이티브 코딩 분야 멘토로 참여 중입니다. 터치디자이너(Touchdesigner)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미디어 창작, 또 그 확장에 필요한 다양한 접근법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멘토링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

미디어 기술이 낯선 참여자들을 고려해, 작업에 필요한 다방면의 지식들도 최대한 함께 전달하려 했어요. 또 제 멘토링 세션에서는 구현 그 자체보다 ‘다음에 이런 부분을 구현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에 더 중점을 뒀죠. 그래서 SNS에 노출된 다양한 작품들 속 기술들을 아주 간단한 부분에서 만들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을 설계했고, 최종적으로는 그 활용을 돕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느낀 점

지금의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참여 작가님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저 역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죠.


 <업스케일링 성남>에 기대하는 점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뛰어들 수 있는 불씨가 필요해요. 프로그램의 한 꼭지를 담당하는 동안, 참여자들의 만남과 이야기 속에서 작품을 향한 다양한 불씨들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만 커뮤니티는 파편화되는 시대인 지금,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작업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멘토 전석희
멘토 전석희

이머시브 시어터 연출가이자 아트엔테크 엔지니어입니다. 엔지니어 영역에서는 주로 무대 환경과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 설계를 해 왔습니다. 관객 투표 시스템, 다채널 영상 송출, 인터랙티브 영상 등 하나의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각각의 작품에 꼭 필요한 기술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구현합니다. 연출가로서는 폐장되었던 테마파크,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우주선 등 다양한 세계관에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의 설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업스케일링 성남>에서 맡은 역할

인터랙티브 시스템 디자인 파트의 멘토 그리고 돔 환경 기반의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시스템 디자인은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과 그 사이의 연결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관객의 움직임·위치·카메라 화면·각종 큐 등이 어떻게 입력되어 처리되고, 어떤 식으로 영상이나 조명, 사운드 등의 효과로 나타나게 할지 다룹니다. 이번 커뮤니티에서는 요소 사이의 연결 방법들, OSC, Web API 등에 주력했습니다.


멘토링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

참여자들의 기술적 수준 차이를 우선 고려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부담스럽지 않고 흥미로운 주제, 숙련자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자 했어요. 특히 ‘시스템’이라는 추상적인 소재를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했는데요, 많은 참여자들이 지루할 수 있는 이론적인 부분까지도 재미있게 반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매주 새롭게 전해주시는 에너지 덕분에 저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느낀 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취향과 방향성으로 각자의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정말 귀한 기회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업스케일링 성남>에 기대하는 점

단발성 프로그램을 넘어선 지속적인 교류의 장, 각자의 실험과 시도를 공유하며 새로운 협업이 꽃피는 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멘토 홍서연
멘토 홍서연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연출자로 VR, 실시간 그래픽, 인터랙티브 시스템 등을 활용한 디지털 예술 작업을 해 왔습니다. 저에게 기술이란 인간과 타자, 인간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다시 구성하는 감각적 장치입니다. 작업에서 시각적 완성도와 회화적 감수성을 갖추는 동시에, 관객이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해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전시 및 상영을 진행했고, 기술과 미학, 교육 간의 유기적 연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업스케일링 성남>에서 맡은 역할

‘플레이어블 비주얼(Playable Visual)’ 분야 멘토를 맡아, 자신의 작업 세계를 디지털 환경 안에서 시각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탐색·조율하는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플레이어블 비주얼’은 디지털 환경 속 시각적 요소를 상호 작용 가능한 형태로 확장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분 야인데요, 터치디자이너와 블렌더(Blender)를 기반으로 3D 스캐닝, 포인트 클라우드, 스캐닝 데이터 다루기, 리깅(Rigging), 모션 캡처 데이터 활용 등 실시간 그래픽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기술적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감각과 조형 언어를 반영해 데이터와 움직임이 결합된 시각 시스템, 작업 철학에 맞는 비주얼 구조를 구성할 수 있도록 운영했어요.


멘토링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

기술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덮어 버리는 대신 그 안에 조심스럽게 들어가 작동할 수 있도록 개인의 스타일과 철학, 작업 방식에 기술이 자연스럽게 스밀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고, 답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툴의 개념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술을 해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실습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느낀 점

기술적으로도 이미 높은 수준을 갖춘 예술가들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있었지만, 제 경험과 자료를 공유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기술 스터디가 되었습니다. 작업 공유와 토론, 실험은 실습을 넘어서 예술적 연대의 장처럼 느껴졌고, 저 역시 참여자로서 많은 감각적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기술을 전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풀어 보는’ 자리였기에 더 즐거웠고, 무엇보다도 이 커뮤니티가 보여 준 깊이와 진심이 전해지는 현장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업스케일링 성남>에 기대하는 점

기술의 배움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나누고 확장해 가는 연대의 과정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작업과 사람을 중심에 둔 자생적이고 밀도 있는 예술 생태계의 좋은 예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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