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창작의 동반자로 AI 활용하기: 질문 하나로 만드는 새로운 세계
- artviewzine
- 6월 2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월 4일
AI를 활용한 창작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적인 기술 지식 없이도 내가 상상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만의 오리지널리티와 상상력만 있다면 기술 부분은 인공지능이라는 협력자가 해결해 준다. 과거에는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했던 표현의 영역에 이제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은 ‘대화’이다. 단순히 AI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AI가 먼저 던져 주기도 한다.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 뜻밖의 발견도 생긴다. 특히 예술교육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전문가의 지식과 노하우를 GPTs(GPT탐색) 기능을 활용한 맞춤형 챗봇을 통해 널리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특정 목적에 맞춰 챗봇을 직접 설계·설정할 수 있는 도구로, 복잡한 코딩 없이 나만의 AI 파트너를 만들어 창작에 활용할 수 있다. 즉 기획·시나리오 작성·이미지 생성· 영상 제작·편집까지 AI를 활용한 1인 창작 시스템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영상 전공자가 아니거나 전문 스태프 없이 창작하는 이들에게는 맞춤형 챗봇이 영화적 언어와 연출 원리를 알려 주는 조력자가 된다. 덕분에 과정을 간소화하고 창의적인 측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다만 때로는 ‘이 아이디어가 과연 나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질문을 던질 필요도 있다. 과거 청소년 수업에서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 제목과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 사례는, 고민 없는 프롬프트는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준 다. 그래서 나는 이전에 ‘스토리해커’라는 맞춤형 챗봇을 만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정치·사회·예술적 관점을 정리한 문서를 바탕으로 일상 속 부조리를 다루는 단편영화를 만들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도록 이끄는 장치였으며, AI와 협업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인간과 AI의 협력에서 주목할 점은, 수직적 명령 관계가 아닌 ‘수평적 파트너’로 협력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를 AI와 충분히 공유하고, 함께 질문을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더 정제된 프롬프트를 도출할 수 있다. 인간은 예술적 동기를 바탕으로 질문을 던지고,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응답하면서 창작 방향을 넓혀 간다. AI는 정답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길을 찾아가는 탐색자다. 때로는 주어진 프롬프트를 끝까지 완수하려는 성향 덕에 의외의 해답을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 대학 강의를 준비하며 챗봇 ‘스토리보드 작가 지망생 지수’를 만들었다. 영상 제작 입문자들이 장면 구성이나 컷 설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설계된 이 챗봇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연출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설정상 27세 사회 초년생으로 미술을 전공하고 스토리보드 작가를 꿈꾸는 인물이다. 실수에는 “앗,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깜빡했어요”라고 웃으며 넘기는 인간적인 면모도 지녔다. 이 설정은 챗봇이 작업 도중 지침을 잊거나 실수할 때, 그것을 인간적인 허점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하려는 의도다. 기술을 대하는 태도와 협력 방식의 중요성을 사용자 스스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스토리보드 작가 지망생 지수’ 챗봇 작 업 화면.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연출 방 향을 함께 고민한다
영상 제작을 위한 추천 AI 툴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화 제작 역시 기존 방식처럼 크게 사전 준비–제작-후반 작업의 흐름을 가진다. 사전 준비 단계는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가 핵심이다. 시나리오는 인간 창작자의 서사적 동기와 보조작가 챗GPT의 지원이 결합되어 완성된다. 이어서 스토리보드 작업을 위한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는 챗GPT와 미드저니를 병행 사용해 캐릭터와 공간의 시각적 일관성을 확보한다. 제작 단계에서는 촬영에 해당하는 동영상 생성이 중심으로, 클링(Kling) AI와 런웨이(Runway) Gen-4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생성한다. 편집 툴이 필요한 후반 작업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무료 제공하는 캡컷(CapCut) PC 버전이 입문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앞서 언급했듯 그 과정에서 맞춤형 챗봇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챗봇은 각 AI 툴의 고유한 기술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를 기술 언어로 변환하는 번역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코딩 지식 없이 게임을 만들거나 이미지 생성 도구에서 섬세한 프롬프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 챗봇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등장한 수많은 생성 AI 툴 중 입문자가 꼭 알아 두면 좋을 AI 도구들은 다음과 같다. 이미지 생성에서는 챗GPT와 미드저니의 병행 사용을 추천한다. 챗GPT는 창작 과정의 대화형 정리와 프롬프트 구성에 뛰어나다. 최근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만들기’에서 보았듯 이미지 생성 능력 향상도 주목할 만하다. 미드저니는 빠른 이미지 생성과 정밀한 시각 표현이 강점으로, ‘Omni’ 기능을 통해 동일 캐릭터의 표정과 포즈를 다양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영상 제작에서 캐릭터의 시각적 통일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두 툴을 병행하면 창의성과 일관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영상 생성 툴은 런웨이 Gen-4와 클링 AI를 추천한다. 광원 효과와 질감 표현이 강점인 런웨이는 인물의 얼굴에 드리운 빛의 방향과 밝기, 옷감의 재질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업데이트를 통해 동양인의 얼굴 표현과 걸음걸이 묘사도 개선했다. 다만 생성 시간이 길고, 고화질 영상을 위해서는 업스케일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클링 AI는 짧고 간결한 시퀀스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생성할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 묘사에 강점을 가진다. 무료 크레딧 제공으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지만, 생성 속도가 느릴 수 있어 시간 여유를 두고 작업하는 것이 좋다.
Open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는 초기에 주목받다 최근 클링 AI와 런웨이에 자리를 내준 상태다. 그러나 나는 소라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 기대한다. 챗GPT 하나로 시나리오, 스토리보드 구성, 이미지 생성, 영상 제작까지 가능한 통합 환경 제공은 예산 절감과 제작 효율성 측면에서 큰 강점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생성 AI 도구가 난립하는 요즘, 단일 플랫폼에서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편의성과 일관된 작업 흐름을 부여한다.
최종 영상 편집에는 캡컷 PC 버전을 추천한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무료 기능은 영상 편집 입문자에게 적합하다. 사운드 편집은 일레븐랩스(ElevenLabs)와 타입캐스트 모두 더빙과 립싱크 음성 확보에 유용하지만, 주로 성우 목소리 기반 음성이 많아 실사 영상에는 어색하게 들릴 수 있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입캐스트는 한국어 특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사용이 쉽다는 점이 강점이다. 효과음이나 배경음은 픽사베이(Pixabay)를 활용해 보자. 고급스러운 앰비언스 사운드와 효과음을 저작권 걱정 없이 무료 사용할 수 있다.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도 다양한 배경 음악과 사운드의 활용이 가능하다.

Open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
질문이 만드는 나만의 이야기
생성형 AI 입문자에게 가장 큰 진입 장벽은 프롬프트 입력이다. 질문 작성이 어려울 때 역으로 챗GPT에 “어떤 질문을 던지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면 적절한 예시를 제안받을 수 있다. 창작자의 몫은 결국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잘 전달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AI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제시할 때도 있지만, 이는 창작에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환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AI와의 협업을 전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 그래서 반복 실험과 결과 비교,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AI의 특성과 한계를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프롬프트에 동일한 문장을 넣어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AI의 다양한 출력 중 유의미한 선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크리에이터를 넘어 셀렉터, 큐레이터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수많은 결과물 중 내 이야기의 맥락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고르고 조합을 고민하는 것이 창작자의 진짜 역할이다.
사실 창작자도 처음부터 정확한 장면이나 설정을 떠올리며 작업하지는 않는다. AI는 이러한 모호함을 도구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문을 열어 준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처럼, 이제는 누구나 AI와 함께 질문 하나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결국 ‘평균의 언어’를 학습한 AI를 다루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특히 평균값에 중심을 놓고 결과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의 방식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삶의 태도가 평균값을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을 담은 프롬프트야말로 AI로부터 주옥같은 답을 끌어낼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두려워하지 말고 상상의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
글 윤용훈 어반아츠 프로젝트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장편·단편영화를 연출하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는 전북대에서 뉴미디어아트제작 실습을 가르치는 한편, AI를 활용한 예술창작을 통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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